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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Mar 30. 2021

프리랜서가 알바가 되지 않으려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매월 25 따박따박 나오던 월급.


 월급이 주는 따뜻한 안락함 혹은 안도감을 스스로 끊어내고 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지만

난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 회사원 체질.

그래서 더욱 프리랜서로서의  시작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허우적대는  같았는지도 르겠다.


명함과 이력서를 뿌리고 다니며 몸과 마음은 바쁜데도 수중에는 아무것도 들어오는  없었다. 오히려 회사 나오니 모든  ! 여기저기   일만 가득했다.



오늘은 일산 킨텍스로, 내일은 삼성 코엑스로!



매일 정해진 출퇴근 루트가 주는 안정감 대신 변화무쌍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당장 나조차 나의 2  스케줄을   없다는  꽤나  스트레스였다.


어느 정도 바운더리가 정해진 시간표 상에서 움직였던 직장 생활. 그러나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이번 주는 어머님께 다음 주는 동생에게 아이 픽업을 부탁해야 한다. 자칫  때리다 보면 모든 스케줄이 꼬여버린다.



당연한  아무것도 


회사에서처럼 당연히 알아서 나오는 월급은 없다. 페이도 세금도 스스로 잘 챙겨야 한다. 한 달 건수가 십몇 건을 넘어가다 보면 나조차 헷갈리기도 한다. 회사나 고객마다 입금 날도 다르고 한 회사에서 여러 건을 맡다 보면 이 돈이 그 일인지 저 돈이 이 일이었는지 정신없다.


또한 일한 내역 정산해서 보내도 감감무소식인 회사들도 있다. 그러다 보면 나도 같이 잊을 때도.


세금 신고 잘못해서 고용노동부 직원 전화를 받기도 하며 가끔은 오히려 고객 측에서 거꾸로 물어온다. 그때   받지 않았냐고.




프리가 알바가 될까 봐 


일주일이나  주일에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프리 할  있다. 그렇지만 그건 프리랜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가 아닐까.


놀고 싶어도 이번에 놀면 다음번에도 놀까 봐 놀 수 없다. 물 들어올 때 바짝 노 저어야 한다. 행사를 하는 시즌이 보통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은 늘 몰려온다. 체력을 생각 안 하고 욕심을 부린다면 5일 동안 열 시간도 채 못 잘 수도 있다.


한 번은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아침 6시부터 아이 어린이집 픽업 시간인 3시까지 책상에 가만히 앉아 번역만 했다. 이것만 더 하자,  여기까지만 마무리 짓고 쉬자 하는 마음에 화장실도 배고픈 것도 참았다.


그랬더니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허리도 다리도 굳어 있었다. 엉금엉금 기어가며 생각했다. 이러다 죽겠구나.



나는 갑을병에서 


일하는 데 있어서 일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동료가 지근거리에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단점이었다.


연락받고 나간 일터엔 늘 모르는 사람들. 그곳에서의 내 처지는 갑과 을의 을 정도가 아니라 갑, 을, 병 하고도 정은 되려나.


날 고용해 준 측과 통역해야 하는 상대방 측, 그 외에 실무진들 모두가 낯선 갑일뿐.  일하다가 생긴 여러 애로사항을 함께 나눌 동기나 동료가 없다는 건 일하는 재미까지  반감시켰다.


가끔 지나가다 보던 사원증 목에 걸고 삼삼오오 카페에서 담소 나누던 회사원들만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정신적으로도  위로가 된다. '전우애'라는 말이 괜히 나온  아니다.



***




여유 있게 살고 싶은 마음에 몇 번 일 거절하다 보면 한동안 울리지 않는 핸드폰. 나 말고도 통역사는 널리고 널렸다. 세 번 이상 부탁하는 일은 없다. 난이도 최상의 법정 소송물 번역이면 모를까.


 시간을  마음대로   있는 대신 그에 따라 쥐꼬리만큼 줄어든 통장 잔고도 책임져야 한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확인한 번역 의뢰 메일. 무시하고 다시 자는 것도 일을 것도 전적으로  의지에 달려있다.


일이 들어오는 것, 물론 좋다. 그러나 어떨 땐 겁부터 난다. 금요일 오후 덜컥 받아 든 수십 장의 번역물. 내 발 등을 내가 찍는구나 싶을 때가 많다. 주말 내내 머리칼 쥐어뜯으며 괴로워할 모습이 훤히 보이기에.


하루  시간만 일하는 디지털 마드, 아이를  손으로 키울  있는  프리랜서  되기, 포스트 코로나 1 기업으로 살아남기  프리랜서는 누구에게나 마냥 좋을  같이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다.



대세를 거슬러 소심하게 반항해보자면...


프리랜서가 누구에게나 맞는 옷은 아니며 프리랜서로 자리 잡으려면 직장에서의 노력 그 배는 필요하다고. 여유 누리며 하고 싶은 일 다하면서도 많이 버는 일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육아도 그렇다. 프리랜서 맘은 전업주부로서의 일을 고대로 안고 가면서 일도 해야 하기에 더욱 빡세다.


직장맘은 남편과 똑같은 시간에 출퇴근하기에 물리적으로나마 단 몇 시간은 육아와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재택이라는 선택 옵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결국은 집안일과 일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헤매기 쉽다.


프리랜서의 장점보다는 단점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커져 결국 난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래서 장점보다 단점을 구구절절 늘어놓았을 수도.


반대로  친구 비혼주의 L 양의 경우 그녀는 매일 아침 정시 출근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카톡도 최근에야  그녀다. 돈도 필요 이상으로는 벌고 싶지 않다고.


그런 그녀에게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찰떡이었다. 삶의 밸런스를 자기 만족도 선에서 누구보다도 잘 조절하는 L 양. 여전히 프리랜서로 멋지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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