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추억

by 샹송

부모님이 부부동반으로 일박이일 놀러 가셔서 정말 오랜만에 혼자 집에 있는 날입니다. 꼭 학생 때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나이가 몇 살이든 부모님과 있다 보면 아직도 고등학생이나 된 듯 느껴질 때가 많답니다.


저는 조금 들떴는데 하루 자고 오면서 끼니와 문단속 같은 이런저런 걱정을 하셔서 민망했습니다. 놀러는 부모님이 가시는데 집에 남은 제가 더 신났습니다. 학생 때도 집에 혼자 있으면 딱히 하는 것도 없이 신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 하루가 특별하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오전에는 마트에 갔다 왔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산책 겸 운동으로 공원이랑 뒷산에 갔다 왔어요. 그러고 나서 마당에서 책을 읽고, 최근에 알게 된 노래 하나가 너무 좋아서 계속 듣다 보니 벌써 오후 네 시가 되었더라고요.


간식으로 떡볶이를 먹으면서 무한도전을 봤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혼자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혼자 살았던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독립해서 혼자 살 때는 늘 방한 칸을 얻어 살았으니 좁은 공간에 익숙했답니다. 혼자 살면서 무섭거나 외롭다는 생각을 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요.


친구들이 무섭지 않냐면서 많이 물어봤었는데, 저는 왜 무서워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답니다.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을 가진다는 게 마냥 좋았거든요. 대학교 때는 학생이라 자취를 하면서도 그러지를 못했지만 직장을 다닐 때는 예쁜 방을 가지고 싶어 무던히도 노력을 했었죠.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에 살았던 곳은 거의 삼 년 가까이 지냈던 공간이었는데요. 새하얀 커튼을 사서 창가에 달아놓고 예쁜 식탁보도 사서 그 위에 액자와 꽃병을 두고 나름 정성스레 단장을 했었습니다.


겨울에는 더 포근하라고 많은 것들을 꺼내놓았다가 날이 더워지면 하나둘씩 수납장에 정리해서 간단하게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연보라색 벽 한편에 제일 좋아하는 원피스를 꺼내 걸어 놓기도 하고 민트색 의자 하나를 들여놓고 창가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답니다.


여섯 칸짜리 책장은 처음에는 책과 갖가지 잡동사니가 놓여있었는데 이사 나갈 때 보니 책을 놓기에도 모자라 있더라고요. 꽤 많은 시간을 한 공간에서 보냈다는 것을 물건들을 보고 실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납장들이 빈 곳 없이 채워지고 나서는 그 무엇 하나 쉽게 버리지를 못 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집을 정리하느라 살림살이를 다 꺼내놓으니, 방바닥은 두 명이 누울 정도의 공간만 남더라고요.


친오빠가 절 데리러 왔기에 차에 실을 수 있을 만큼 짐을 줄이느라 책과 옷, 작은 전자제품들을 꽤 많이 버려야 했답니다. 희한하게 그 당시는 그게 아깝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까워졌답니다. 당시에는 아파서 그랬는지 물욕이 정말 하나도 없었거든요.


자동차에 짐을 가득 싣고 돌아가는 길에는 이사를 들어왔던 날도 오빠가 저를 데려다줬다는 게 생각이 나서 갑자기 뭉클했어요.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참 고마웠습니다. 중간에 휴게실에서 먹었던, 방금 막 구워서 따끈따끈하고 겉이 바삭했던 호두과자의 촉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혹시 찍어 놓은 방 사진이 있으면 올려보려고 했는데 다 지웠는지 남아있지 않네요. 머릿속으로 떠올리니 책의 한 페이지처럼 작고 네모난 공간이 그려집니다. 흰색 커튼이며 잔꽃이 그려진 식탁보와 창가에 놓여있던 민트색 의자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됐네요.


다시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도시는 말고 시골에서의 독립을 꿈꿔봅니다. 시골에서의 혼자 삶에 대한 낭만을 참 많이도 가지고 있거든요. 언젠가는 이뤄지는 날이 오겠죠.


이제 밤이 되었으니 부모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문단속을 하고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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