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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간 계절
by
샹송
Mar 20. 2023
요즘 날이 풀어져서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오전은 잠깐 일을 다니고 있기에 낮부터 열심히 운동과 산책을 하고 있답니다.
산책 정도는 괜찮은데 운동을 하기에는 벌써 덥네요. 그늘 아래는 시원하지만 햇빛 아래에서는 공터를 두, 세 바퀴만 달려도 금세 지칩니다.
내일부터는 옷을 더 얇게 입어야겠어요. 사실 아직도 양털 조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답니다.
마당에 햇빛을 등지고 앉아 책을 읽으면 등과 귀가 따땃해집니다. 정면으로 맞설 수 없다면 등을 지고 있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럴 때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제 방에는 햇빛이 들지 않네요.
온몸으로 느껴도 좋지만 창문만 한 크기의 햇살과 바람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바깥의 분위기를 안에서도 그대로 느껴보는 기분이 든답니다. 오랜 산책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오면 이어지지 못하는 분위기가 남아 종종 아쉬움이 남거든요.
봄맞이로 엊그제는 옷 정리를 했습니다. 사계절 옷을 다 내놓기에는 자리가 넉넉지 않아 봄과 겨울에 한 번씩은 옷 정리가 필요합니다.
겨울 내 입었던 스웨터와 두툼한 옷들은 박스에 넣고 얇은 긴팔과 반팔을 꺼냈습니다. 긴팔은 얼마 없고 반팔만 잔뜩이더라고요. 긴팔보다는 반팔을 입은 시간이 훨씬 더 길었나 봅니다.
옷정리를 하다
원피스 몇 벌을 갈아입어 보면서 기분 전환을 조금 했습니다. 운동복 차림이 익숙해졌기에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입은 지가 꽤 되었거든요.
혼자 살 적엔 기껏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차려입고선 밖에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답니다. 굳이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않아도 기분이 꽤 좋더라고요.
옷을 보면 유난히 꽃이 그려진 원피스가 많은 편인데요. 휴양지에서나 어울릴 법한 화사한 옷들도 있는데 아직 밖에선 못 입어본 옷이 대부분입니다.
그 예쁜 옷들을 입
는 순간을 기다리며 사는 것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순간이 오면 제대로 만끽을 해야 하니 준비가 필요하겠지요.
옷에 그려진 꽃들만큼이나 예쁜 꽃들이 들과 산에 피어나고 있네요. 날씨가 어떻든 봄꽃은 어김없이 봄에 피어나기 마련입니다.
이번해는 매화꽃이 핀걸 눈이 아니라 코로 먼저 알았습니다. 갑자기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에 기분이 좋아지는 건 한 순간이었답니다.
봄날씨도 봄옷도 아직인가 하다가 벌써 끝인가 하는 순간이 느닷없이 다가오겠죠.
한 순간이라도 좋을 만한 봄을 느낀다면 아쉬움이 덜 할 겁니다.
저는 이제 봄의 한가운데서 여름(summer)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느긋하게 여름을 훔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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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기 위해 읽고, 비우기 위해 글을 씁니다. 글 안에서 웃고 때로는 울면서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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