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발견

by 샹송

파란 하늘에 뭉실뭉실 구름이 떠다니고 들꽃이 자라난 들판 위로 바람이 불어옵니다. 한가로이 들판에 누워 라디오를 듣던 키키가 오늘밤에는 보름달이 뜨고 맑을 거라는 날씨예보를 듣더니 집으로 뛰어갑니다.


새하얀 울타리가 이어진 길을 따라 뛰다,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예쁜 꽃들이 가득 핀 마당으로 들어서네요. 마당 끝에 있는 키키네 집은 온통 초록색 덩굴로 뒤덮여 있습니다.


지지, 오늘 밤으로 정했어. 출발하자!

화분 옆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검은색 고양이 지지에게 키키가 씩씩하게 외칩니다. 마녀 수련을 위해, 다른 마을을 찾아 떠나야 하는 열세 살 소녀의 마음은 머리에 두른 빨간색 리본만큼이나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설렘을 안고 떠난 비행길에서 키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커다란 시계탑이 있는 바닷가 마을입니다. 하늘 아래 펼쳐진 파란 바다에는 흰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고 선착장에는 하얗고 파란 배들이 가득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높은 건물, 도로 위 많은 차들과 사람들로 복잡하기만 한데요. 조용한 시골에서 자란 키키는 굉장하다! 라며 감탄을 합니다.


키키는 우연히 만난 빵집 주인의 호의로 가게와 연결된 집에 얹혀살게 됩니다. 가로등 하나가 우뚝 서있고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낮은 담으로 둘러싸인 빵집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빨간 지붕아래 노란색 외벽에는 창문들이 나있고 커다란 꽃화분 사이로 초록색문이 있습니다.


초록색 문 옆에는 빨간 차양이 있고 그 아래로는 가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네요. 그 유리창안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큼직만 한 빵들과 탑처럼 쌓여 있는 잼들을 볼 수 있습니다. 키키는 이제 가게일을 조금씩 도우면서 마녀배달부로써 배달일도 하게 됩니다.



마녀배달부 키키를 어린 시절에 보았다면 키키 같은 마녀가 되고 싶었을 테고 지지 같은 고양이도 가지고 싶었을 겁니다. 어른이 되어서 본 지금에는 평온해 보이는 언덕 위의 빵집 주인이 되고 싶네요.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 심심한 듯 발을 놀리며 앉아있는 키키가 왠지 부러웠거든요.


애니메이션에는 한 번쯤 꿈꿔왔던 것들이 가득해서 또 알록달록한 색감이 예뻐서도, 보고 또 봐도 눈이 즐겁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를 여러 번 보거나 읽다 보면 마지막에는 제일 좋아하는 게 남아요. 취향이 남습니다. 하나의 장면이 될 수도 있고 한마디 대사나 문장이 될 수도 있겠지요.


취향을 알게 되면 소소하게나마 미소 짓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기분이 안 좋은 상황에서 떠올리면 기분이 나아지기도 합니다. 저는 자연과 풍경을 좋아하고 그것을 묘사하는 단어와 문장 역시 좋아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 취향은 그러네요.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쓰려다 보면 말을 잃을 때가 생기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만큼 완벽하려다 결국에는 생각했던 말들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거든요. 갈라진 틈에서도 예쁜 꽃들이 피어난다는 걸 기억해 두려 합니다.




어제 날이 좋아서인지 생각이 나서 마녀배달부 키키(미야자키 하야오)를 봤는데요. 요 영화 속에 저의 취향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십 년이나 이십 년이 지난 뒤에 봐도 지금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은 전부 늙고 싶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이랄까요. 애니메이션 한편으로 잠깐 현실에서 벗어나 가진 소소한 행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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