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노력

by 샹송

김춘수 시인의 육필시집을 읽으면서 시를 쓰실 때 어떤 모습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떤 시를 쓰실 때는 책상 앞에 앉아 쓰셨을 것 같은데 또 다른 시는 왠지 엎드려서 편하게 쓰셨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느 글을 읽어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희한했습니다. 자판으로 반듯하게 쓰인 글은 내용에만 집중이 되는데 작가의 필체를 보면 궁금한 게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열 살 무렵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어서 굉장히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노력해서 얻은 반듯한 글씨체는 공부에 흥미를 잃어가면서 점점 엉망이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저는 또 같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네요. 잘하던 것도 안 하게 되면 못하게 됩니다.


글씨 연습은 필사로 하고 있는데요. 시집 몇 권을 필사해 보고 취향에 맞길래 취미로 삼아 겸사겸사 그럽니다. 보통 마음이 심란할 때 하는데 내용을 베껴서 써야 하기에 다른 생각이 잘 들지 않아서 좋습니다.


평소 메모를 하거나 일기를 쓸 때에 편하게 휘갈겨 쓰는 편인데, 요즘에는 뭐든 쓸 일이 있으면 반듯하게 쓰려고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래서인지 글씨를 반듯하게 쓰고 나면 괜스레 좋은 기분을 느낍니다. 잘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뿌듯해질 때가 있답니다.


감정을 써야 하는 일기장의 글씨들은 여전히 기복이 심하지만 차차 나아지겠죠. 어쨌든 글씨는 잘 못써도 글은 쓸 수 있으니 다행이지 뭡니까. 화가가 되고 싶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다음번에 문구점에 가면 잊지 말고 원고지를 사야겠습니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원고지를 사용해 본 기억이 없는데요. 선생님께서 원고지 위로 적어놓은 수정기호들이 어린 눈에 왜 그리 멋있어 보였는지. 원고지 사용법도 다시 익혀서 반듯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노력이 또다시 헛되지 않게 해야겠지요.



2011122901032430065003_b.jpg?type=w647 김춘수 시인의 꽃 (출처: 네이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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