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의 육필시집을 읽으면서 시를 쓰실 때 어떤 모습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떤 시를 쓰실 때는 책상 앞에 앉아 쓰셨을 것 같은데 또 다른 시는 왠지 엎드려서 편하게 쓰셨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느 글을 읽어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희한했습니다. 자판으로 반듯하게 쓰인 글은 내용에만 집중이 되는데 작가의 필체를 보면 궁금한 게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감정을 써야 하는 일기장의 글씨들은 여전히 기복이 심하지만 차차 나아지겠죠. 어쨌든 글씨는 잘 못써도 글은 쓸 수 있으니 다행이지 뭡니까. 화가가 되고 싶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다음번에 문구점에 가면 잊지 말고 원고지를 사야겠습니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원고지를 사용해 본 기억이 없는데요. 선생님께서 원고지 위로 적어놓은 수정기호들이 어린 눈에 왜 그리 멋있어 보였는지. 원고지 사용법도 다시 익혀서 반듯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노력이 또다시 헛되지 않게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