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숨었어? 하고 물어보면 둘째 조카는 정직하고 아주 큰소리로 다 숨었어!라고 대답을 해줍니다. 그러면 둘째 조카가 술래일 때 저도, 첫째 조카도 숨고 나서 꼭 대답을 해줘야 합니다. 대답을 할 때까지 계속 물어보기에 어느 방에 숨었는지 바로 알아채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번 어린이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연휴에 언니부부와 조카들이 집에 와서 오랜만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했는데요. 첫째는 열한 살(남자아이)이고 둘째는 다섯 살(여자아이)입니다. 나이차가 많은 편이라 같이 할 수 있는 최적의 놀이가 숨바꼭질입니다.
몇 개월 전, 둘째 조카는 숨은 근처에만 가도 키득키득거려서 금방 들키더니 이제는 조용히 기다릴 줄 압니다. 뜻을 잘 몰라서 술래를 한다 해놓고는 숨으러 달아나기도 했는데 이제는 술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만날 적에는 다 숨었어라는 대답을 안 하게 될 수도 있겠죠?
이런 사소한 하나하나가 모두 크고 있다는 표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저도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조카들과 놀고 있으면 영락없이 애 같다면서 엄마도 덩달아 웃습니다.
바깥으로 나가자 아이들이 빗속에 집을 짓고 싶어 합니다. 옷 젖고 감기 들린다며 잔소리를 들을 게 뻔하지만 저는 이모이기에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맙니다.
우산을 여러 개 펼쳐놓고 낮은 의자도 갖춰두고 집을 만들어 줬습니다. 비 내리는 마당에 왜 집을 짓고 싶어 하는지, 그 안에 앉아 느끼고 싶은 기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사실은 내심 우산집안에 있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처마 빗물받이 아래 우산을 쓰고 서 있는 것도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를 찰박찰박 걷는 것도 재밌습니다. 비가 와도 노는 것에는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비 올 때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건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지요. 아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가 쨍쨍하나 놀거리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빗속에서 놀다 들어오니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귀로는 드라마가 재생됩니다. 둘도 없이 사이좋게 놀다가 싸웠다가 화해를 했다가,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가 없습니다. 다들 나이차가 많이 나서 사이가 좋을 줄 아는데 당사자들은 그러기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그렇기에 첫째 조카는 동생이 태어난 후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을 겁니다. 어른들 눈에는 다 큰 애가 어린 동생에게 양보도 안 하고 똑같이 군다고요. 어른들도 나이가 더 많다고 무조건 동생들을 봐주고 그러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며칠 시간을 보내다 가고 나면 한동안 저는 조카들의 일상을 떠올려보고는 합니다. 첫째 조카가 교실에서 앉아 수업을 받는 모습이며 이제 주말이면 가족들 대신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나, 둘째 조카가 혼자서 유치원버스에 올라타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같은 것을요.
그러다 훌쩍 커서는 저보다 먼저 결혼이라도 한다고 할 것 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