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샹송

시가 읽고 싶은 날은 어쩌면 내 마음이 싫어서입니다. 시로 마음이 좋아지게 하는 것이지요. 시는 그래서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읽습니다. 갑자기 시가 읽고 싶을 때, 저는 그 때를 위해 좋아하는 시를 다 외워버립니다. 그러면 시집을 뒤적이거나 찾아보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 멋진 일이지요. 좋아하는 시를 언제든 떠올리고 외울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런 제게 시집이 필수는 아닙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가지고 싶은 시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좋아하는 시를 몇 개 외워버리고 나면 시집은 책장이나 침대 맡에 놓여 손에 잡힐 일이 거의 없겠지만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시를 공짜로 읽으면 안 되지요. 시집 한 권으로 시인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길 바라는 것은 그저 순진한 제 바람입니다.




시를 좋아한다고 하면 책장에 시집이 가득할 것 같지만 제게는 윤동주 시인과 백석 시인의 시집 각 한 권 그리고 외국 시집 한 권이 전부인데요. 외국 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두 분 시에 언급이 되었기에 궁금해서 사본 것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입니다. 아마 제가 다른 나라 사람이었더라도 틀림없이 그 나라 시인의 시를 좋아했겠지요. 시에는 은유와 정서라는 벽이 있어 모국어로만이 온전히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아래 시는 읽고 나서 오래 마음에 남았기에 한 번 적어 봅니다.


고아의 노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는 아무도 아니고, 또 아무도 아닐 테지요.

존재하기에는 너무 작고,

어쩌면 후에도 그러하리라.

어머니들이여, 아버지들이여,

날 가엾이 여겨 주세요.

보살펴 준 보람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날 거둬들이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너무 이르고

내일은 너무 늦을 테니까요.

나에게 있는 것은 이 옷 한 벌뿐,

오래지 않아 닳고 바래겠지만

오래 간직할 것입니다.

어쩌면 신 앞에서도 언제까지나-

내가 가진 건 한 줌의 이 머리칼뿐,

(언제나 변하지 않았던 것)

전에는 어떤 사람에게 더없이 귀중했지요.

이제 그 사람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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