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처럼 돋아난 행복

by 샹송

여름을 지나온 나무의자가 낡았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비가 많이 와서 자주 자리를 비웠던 탓에 너무 낡아있었다. 쇠도 아닌데 녹이 슨 것처럼 군데군데가 벗겨지고 상처 입은 모습이었다. 좁은 틈사이에는 버섯 같은 식물이 자라나 있었고 개미 몇 마리가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도 앉지 않으면 다시 나무가 되어 가지가 뻗고 잎사귀가 돋아날지도 모른다.


멀리서 본 그의 모습이 땅에 다리를 굽히고 앉아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햇살을 맞으며 앉아있는 것이 부러워져 다가가 앉자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났다. 봄이면 날마다 운동이 끝나고 앉아있던 곳이 아니던가. 계절 하나를 지나는 사이 잊은 것이 얼마나 많던지.


앉은 맞은편으로 줄지어선 벚나무가 보였다. 허공으로 이미 지고 없는 벚꽃이 흩날린다. 선명하게 남은 기억 속에서 벚꽃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바로 앞 가까운 나무에서는 낙엽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수수 떨어지던 꽃잎과 달리 느릿하면서도 우아하게 땅에 닿는다. 가사 없는 음악을 들으며(주로 히사이시 조의 음악) 낙엽이 지는 것을 보고 있는데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햇살에 몸이 점점 데워졌고 내 시선도 따라서 더 따스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 시선으로 보면 세상의 아름다움이 더 잘 보인다. 지나가는 차소리와 새들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을 만큼 그 분위기에 빠져있다 보면 새록새록 행복이 돋아나는 것을 느낀다. 잠깐 무뎌졌던 행복이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가슴을 충만하게 만들 만큼 큰 행복은 아니지만 이제 막시작된다고 알리는 작은 꿈틀거림이다.


그런 작은 행복을 앞에 두고 의심이 들었다. 나는 삶에서 가장 가난한 때 (물질적인 거나 인간관계 같은) 가장 많은 행복을 경험했다. 그것에 대해 후에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미 그 대가를 치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심을 버리고 그 행복을 내치지 않았다.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 (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크레타 해안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내가 행복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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