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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나는 이제 여유롭게 나왔으면서도 늦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지 않는다. 계획이 하나 틀어졌다고 전전긍긍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세우던 꼼꼼한 계획 같은 것 없앴다. 무슨 '일'이라는 게 생기면 그 끝을 항상 최악으로 상상해야 직성이 풀리던 버릇도 고쳤다. 좋은 순간을 안 좋은 순간이 닥쳐올 것을 생각하며 망치는 것도 더는 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다 버릇일 뿐이었지 실제가 아니었다.


나와 타인을 향해 뿌렸던 수많은 연민을 다 거둬드리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때때로 남에게 느끼는 동정심 때문에 얼마 가지고 있지 않았던 좋은 순간들을 망치기도 했다.


그 모든 것들을 다 버리는데 필요했던 건 결심과 노력은 아니었다. 한 번도 결심한 적이 없었기에 그래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너져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들은 내 앞으로도 뒤로도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았다. 매 순간 날 따라다니며 원래 그래야 한다는 듯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평생 나을 것 같지 않은 기분이었다. 지독한 우울과 눈물, 아무런 희망 없는 비참함 같은 것들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디든 정처 없이 걷는 일뿐이었다. 걷다 울고 싶어지면 주저앉아 울었다. 그렇게 울고 인정하고 또 울고 인정했다. 아무리 괴로워도 내가 나라는 사실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찬 바람을 맞으며 온몸이 땀으로 젖을 때까지 달렸다. 걷고 또 걸으면서 정수리가 뜨거워지도록 햇살 아래에 버티고 서있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렇게 해도 이상하게 몸이 지치지가 않았다. 그래서 무너진 마음 대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많이 울고 달리고 걷고 햇살 아래를 버티고 서 있었지만 나는 결코 *부서지지 않았다.


모든 것을 끝내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늦은 휴가로 조카들 볼 겸 며칠 언니네 집에 가는 버스 안이었습니다. 앉아서 출발을 기다리는데 문득 이전에 버스 같은 거 절대 안 놓치려고 아등바등하던 제가 떠올랐습니다. 늘 부지런을 떨면서도 왜 그랬는지... 외면은 비슷한데 내면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서지지 않았다. 는 말은 좋아하는 책(그리스인 조르바)에서 가져온 구절입니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모든 것이 어긋 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 (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 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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