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기다림이 되어

by 샹송

언제쯤 그 하얀 담장에 빨간 장미가 피어날지. 담장 너머 피었던 해바라기가 있는 집은 올해도 같을까 궁금합니다. 작약이 피면 몇 송이 꺾어와 꽃병을 장식해야 하고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닮은 살구나무에 꽃이 피면 사진도 찍어야 합니다. 참, 모과꽃은 꽃봉오리가 맺혔을 때에 잊지 말고 보러 가야 하는데요. 꽃만으로도 저의 봄은 벌써부터 분주합니다.


올해는 오래된 무덤 옆 매화나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울지, 꽃과 나무가 많은 언덕배기 집 마당의 산수유가 먼저 일지 지날 때마다 눈여겨봅니다. 눈에 먼저 띄면 그게 먼저가 되기에 의미는 크지 않습니다. 올해는 산수유를 먼저 봤습니.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지 않으니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때가 되면 자연히 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다림은 지루함보다 설렘을 줍니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알 수 있다면 기꺼이 앞에 서서 기다리겠어요.


피어난 꽃을 알아채는 것과 즐기는 것은 보는 시선의 몫입니다. 보고도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꽃, 발길이 잘 닿지 않은 곳에 핀 꽃,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는 발견할 수 없는 꽃까지. 저는 언제나 넘치게 그 몫을 챙기고 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오고 맞는 세 번째 봄. 처음에는 모르고 맞이했고 두 번째는 똑똑하고 두드린 후에 알아챘는데 이번에는 문을 열고 먼저 기다렸네요. 두 번의 봄이 지나면서 기억에 남은 풍경들이 생겨났고 그 기억은 기다림이 되었습니다. 기다림을 참지 못해 꽃들은 항상 마음에 먼저 피어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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