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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May 12. 2024

초록색 봄

연두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초록이 가득해지면 봄의 끝자락이 오고 있단 뜻이다. 몇 밤 자고 일어난 사이 산과 들이 바짝 가까워졌다. 때가 되면 멀어지겠지만 해 없는 그 다정함이 좋다.


봄의 의무는 초록색을 피내는 일, 그늘을 만들어 여름을 준비하는 것이다. 더 이상 피워낼 수 없을 만큼 돋아난 싹들이 자라 바람에 햇살에 한가로움을 만끽한다. 들에게서 느껴지는 생명력을 한껏 들이마셔 옮고 싶다.


바람이 불 온갖 초록색이 흔들린다. 꼭 초록이 불어오는 것 같다. 바람에 벤 하얀색 향기가 코끝에 간지럼을 태운다. 비 그친 뒤 찾아온 맑음 아래 초록잎은 또 얼마나 싱그러운지. 다 마르지 않은 물기가 햇살에 반이면 그 아래를 걸을 때의 기분까지 반짝인다. 얼룩덜룩함을 몸에 걸쳐보고 빛도 그늘도 되어본다.


잎 사이사이로 가득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면, 찬란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마음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일. 그 마음으로 청춘이 되어 보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지 못해 스스로 인정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 번도 청춘을 가져본 적 없는 것 같다. 이제 그것을 가져본다.


초록이 가득해지면 봄의 끝자락이 오고 있단 뜻이다. 당연하게 초록색 여름을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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