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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Aug 20. 2024

좋은 그림 찾기

시골독립기

 아침이면 방이 다 환해질 정도로 햇빛이 들어온다. 햇살은 아침잠을 방해하는 방해꾼이기도 하지만 자연 자명종인 셈이다. 해를 막아주는 두꺼운 커튼을 살 수도 있었지만 해가 비치는 것이 좋아 일부러 얇은 소재의 커튼을 샀다. 창을 열어 놓을 때마다 하늘거리는 커튼이 좋아서이기도 하다.


 방 창문을 열고 처마를 올려다보면 제비집이 두 개 있다. 아침마다 전선줄에 앉아 몸단장을 하는 제비가족을 보는 것은 큰 재미였다. 집이 오래 비어있던 탓인지 처마 곳곳에는 제비 둥지가 가득하다. 여러 가족이 살고 있으니 이른 아침 지저귀는 소리는 한 새떼처럼 소란스럽다. 그러다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 느껴져서 보니 어느새 다 날아가고 없어 허전하다.

 

 마당 수돗가 담장에는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 아주 오래전 내가 학생 때도 그곳에서 새 둥지를 발견했던 적이 있는데, 주인만 바뀔 뿐 계속해서 누군가 살고 있던 모양이다. 어미가 혼자 먹이를 잡아오느라 땡볕아래에서 참으로 애쓴다. 생각해 보니 집은 완전히 비어있던 것이 아니라 새들이 주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서는 뒷집 지붕 너머로 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앉아서 쉬고 있을 때 문득 시선 먼데에서 봐달라는 듯한 움직임이 느껴져서 보면 햇살 아래 반짝반짝 나무가 빛나고 있다. 잠깐은 그런 반짝임에 시선을 빼앗겨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은 바깥으로 향하는 문이 있다. 낮에 구름이 하얗게 피어나는 것도 예쁘지만 서쪽방향, 해가지는 곳이라 해 질 무렵의 풍경이 아주 예쁘다. 바람 솔솔 부는 날에는 문을 열어 놓고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다.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 한곡이면 하루를 잘 마무리 한 기분이 든다.


어디에나 좋아하는 풍경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사실이 좋다.



제비들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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