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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Aug 26. 2024

여름날 회상

선선한 바람이 부는 사이사이로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밤. 새끼 귀뚜라미가 어디선가 나타나 방안을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밤에는 이제 가을이 다.


어떻게 보냈는지 여름은 정신없이 가고 있다. 잘 가라는 말로 보낼 수 있는 여름이 아니라 그냥 보내버린 여름날.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바깥을 나돌던 때가 그리워서 혼났다. 나는 이번 여름을 주로 창가에서 보내야 했다.


직접 만나지 않은 햇살을 유리로만 통해서 보면 얼마나 반짝이고 따사로운지. 네모난 창문이 초록색 나무들로 가득 차 바람에 흔들리면 파란 하늘은 아주 작게 보이기도 다.


시선 끝에 산길이 걸리면 한참 눈을 떼지 했다. 산을 오르면 깨끗한 물흐르 있을 텐데, 바람이 불면 그늘 아래는 참 시원할 텐데, 그곳을 오르질 못해 향수병 걸린 것처럼 그리워했. 


햇살아래 여기저기 반짝반짝. 다가가고 싶 마음에 괜찮을까 싶어 바깥을 나가면 반짝임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더위만 짝바짝 나를 애태웠다. 다시 돌아간 곳은 창가. 그곳에 안과 바깥을 이어주는 바람을 기다렸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여름 바람에 뭐든 날리게 두고 싶은 마음이다. 커튼이 제일 신나게 휘날렸다. 바람은 머리칼을 스쳤다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읽으려고 빌려온 여행기는 원한 수박 몇 조각을 집어먹으며 바람이 불 때에만 읽고는 했으니까.


나는 벌써 얼마 없었고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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