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샹송 Aug 31. 2024

계절을 대신해 써 내려간 일기

 자연의 위대함, 소중함, 아름다움 그런 것들을 깨달았을 때부터였다. 느낀 것들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서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 고민, 그리고 한편으로 욕심이 났었다. 좋은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 간직하고 싶었다. 먼 훗날 지금의 풍경들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해서.


거의 날마다 일기를 기록하고 있다. 날씨뿐 아니라 꽃들이 피는 시기, 장마의 시작과 끝, 단풍잎이 물들고 첫눈이 온 날, 우연찮게 마주친 동물들과의 만남까지. 발견하고 알아챈 것들을 적는다. 그러한 풍경 가운데 서서 느꼈던 감정들도 놓치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자연에 어울리는 예쁘고 소박한 단어만을 사용하려고 한다.

 

기울여보면 계절의 이야기가 들린다. 날씨가 우리를 향해 은은하게 퍼질 때 서로에게 친밀감과 다정함이 생겨난다. 한 번쯤은 햇살의 따스함과 바람의 원함에 미소 지어본 적이 있다. 그때 그 미소는 자연을 향해있다. 하지만 거침없이 다가올 때는 말없는 외침이나 절규처럼 느껴진다. 그럼 그곳에 대고 따라서 인상을 쓰지 않았던가. 자연의 단어가 각각의 계절만큼 적당하게 표현되길 바란다. 넘치거나 모자라다면 그건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딱히 믿는 신은 없지만 자연을 믿는다. 바람이 불어올 때 고민과 걱정을 덜어가고 따스한 햇살이 미소를 되찾게 해 줄 거라고, 걷고 뛰고 할 때마다 그런 믿음을 가진다. 그런 믿음 뒤에는 더 가벼운 마음과 쉽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미소가 찾아오는 것을 험한다.


어딘가에 내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계절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집밖으로 나서기를 멈출 수 없었다.



최근 나는 꽃이나 나무를 보면서 단순히 눈앞에 드러나는 것만이 존재의 전부일까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꽃너머, 나무 너머에 대해서 얕은 머리를 굴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희미하게라도 잡히는 건 없다. 바람의 누군가의 기척인 것처럼 분명 그 너머에 무언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아직은 거기까지다.
꽃은 지하에 사는 누군가 내건 유리창문이 아닐까 하는 정도.

-나무와 돌과 어떤 것(이갑수)-


















                    

작가의 이전글 여름날 회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