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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Sep 09. 2024

그래도 가을이야

 동안 분꽃은 시위하듯 잎을 꼭 다물고 있다 해질 무렵 피어나기 시작해 밤 향기를 뿜는다. 낮이면 집안에서 머물다 늦은 오후에서야 바깥을 나서는 마음도 분꽃과 같다. 뜨거운 햇살 피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다.


 여름은 가다 말고 가을은 오다 만 것 같았는데 벌써 붉고 노란 빛깔로 물든  여름을 떠나보낸 지 한참이나 되었다. 나뭇잎이 지고 있는 나무가 서서히 야위어 간다.


 감자 심었던 밭에 배추 자라나고 연두색 대추가 가지마다 달렸다. 벼초록빛에서 금빛으로 서서히 익어가고 있고 다 자란 사과들은 가을 햇살에 빨갛게 익기를 기다리고 있다. 익고 나면 밭도 모든 것을 내어주고 야윈 채로 겨울을 맞이할 일만 남 것이다.


 계절이 헷갈릴 만도 한 여름꽃들은 어떤 것은 시들시들하고 어떤 것은 생생하다. 지나간 계절과 다가 계절을 닮아있는 듯했다. 여름 내 안 보였던 노랑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이었다. 구절초 피어나길 기다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더위가 많은 것을 감추고 있었는지 이제야 가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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