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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by 샹송

눈이 내렸다고 봄을 겨울로 만들지는 못했다. 눈은 어떤 기분으로 봄 햇살과 봄바람을 맞았을까. 계절이 자꾸 다른 계절을 훔쳤다.


햇살 한 줄기 뻗어 나올 공간도 내주지 않고 가득한 구름을 올려다보며 밉지 않게 하늘을 흘겼다. 참으로 요상한 봄이었다. 여름만치 덥더니 갑자기 눈이 내리고 아직까지도 찬바람이 불어왔다. 구름은 자주 해를 가려 봄을 어둡게 했다.


그래도 연두색 새싹들이 돋아나자 들에는 금세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가지 끝마다 새싹을 키워내는 나무가 보였다. 뿌리부터 꼭대기가지까지, 그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늠할 수 없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웅덩이에는 올챙이알과 도롱뇽 알이 있었고, 매화꽃이 피자 바람이 꽃의 단 향기를 배달해 왔다. 꽃향기요, 꽃향기가 도착했어요!라고 외치듯이.


나무 아래 앉으니 얼룩덜룩 그림자가 몸을 덮었다. 하얗던 손등이 그새 탔다. 바람에 핑그르르 눈앞으로 꽃잎이 지길래 손을 뻗었는데 하얀 나비가 되어 날아올랐다. 봄에는 그런 기적을 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나비는 멀리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반짝임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기한 없이 한참을 그곳에 앉아 있었다.


풍경은 봄인데 나는 어딘지 갸웃한 기분이었다. 이제는 고집을 꺾고 더 이상 같은 봄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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