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라벤더를 겨울에도 봤었다.
손으로 잎을 만져 코에 가져다 대어 보면 향기가 났었다.
하지만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부는 바깥에서 잎들이 시들해지는 것을 보고
그것이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그대로 방치했다.
이듬해 봄에 이 라벤더는 살아있었다.
낡고 빛바랜 잎들 사이사이 새순이 돋아나더니
금방 파릇파릇해져서는 햇살 아래 윤기를 냈다.
그러더니 초여름에 꽃망울을 피웠다.
미안한 마음 그리고 기특했다.
식물에게 이러한 감정이 드는 것이 다 무엇일까
집을 지으려고 애쓰는 제비와 어린 새끼들을 보살피는 고양이를 보며 생기는
애틋한 마음은 또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사이는 하물며 더하겠지
그 마음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이 불편하고 싫기도 해서
언제 어딘가에서 내가 미안했어야 할 마음을 놓친 것 같아 모른 척하고 싶어졌다.
나와 나 사이에서도
미안한 줄 모르고 나는 많은 것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