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이른 시간 여름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너무 더워지기 전 운동을 하고 고요한 산길에서 책을 읽었다. 땅따먹기에서 지듯이 점점 그늘을 잃게 되어 나는 몇 번이나 자리를 옮겨야 했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몸을 틀고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은 더운데 견딜만하고 바람이 불면 시원한 오전의 시간이었다. 나는 이제 웬만큼 그때의 더위를 견딘다는 표현 없이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름이니까.
한낮에는 바깥을 나설 수가 없었다.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거나 에어컨을 틀고 낮잠을 한 숨 자는 게 좋았다. 그렇지만 한 번씩 더위 아래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보나 마나 땀이 뻘뻘 날 것 같은 날씨 안을 걸어 시원한 그늘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 사막 안 오아시스를 그리듯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드는, 아무도 이해 못 할 나만의 특이한 여름 나기였다. 그럴 때는 약간 주저하면서도 여름의 한낮을 만나러 나갔다. 그냥 그러고 싶었으니까. 낮 하늘은 파랗고 구름이 많아 예뻤다. 사람의 눈길도 잘 닿지 않는 곳, 여름 하늘은 그래서 더 푸르렀다.
늦은 오후는 여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시원하고 미지근하고 더운 바람이, 여름이 한꺼번에 불어 들었다. 그늘길을 걷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볕을 보면서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과 가사 없는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았다. 그때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차지한 듯 한정적인 행복을 누렸다. 여름에 그런 식의 산뜻한 산책을 누려본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제법 성실하고 모범적인 산책가이니까.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밤이 왔다. 내일 다가올 여름이 더 덥든, 덜 덥든 걱정하지 않을 만큼은 익숙해졌다. 하루 살아 그다음 날 여름을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