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일기

by 샹송

마무리 여름 일기.


바람이 얼마나 시원해졌는지 모릅니다. 저는 바람이 좋습니다. 모든 것을 다 흔들어 놓고도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가졌죠. 바람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반대로 무엇이든 바람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모든 색과 냄새를 입고 가지 못하는 곳도 없는. 그래서 언제나 지는 법도 이기는 법도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땐 계절 사이에 서서 우린 잠깐 방황을 합니다.


이번 여름도 또 이렇게 가버렸구나 싶었습니다. 굉장한 계획을 가졌던 사람처럼 씁쓸하게 일기를 적습니다. 파도를 헤치고 바다로 모험을 떠나려고 했던 사람처럼요. 내년 여름에는 작은 모험이라도 떠나게 될까, 한참 뒤로 미루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합니다.


"여름에는 더 좋아야 돼." 어느 계절 하나를 골라 더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름에는 더 좋고 싶어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계절은 순리에 따라왔다 가는데 저는 그것에 의미를 많이 부여합니다. 좋아하면 그렇데요. 자연이 주는 평온한 분위기, 느긋한 공기, 나른한 시간 그것을 제대로 느끼게 되면 더 쉽게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름이면 챙겨보는 애니메이션이 두 편 정도 남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기에는 낮시간이 제일 알맞습니다. 더운 한낮,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보다 낮잠에 드는 것은 여름의 분위기죠. 지금 보기에는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만나려면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아집니다.


여름 밤하늘은 도감을 펼친 것과 같이 별자리가 가득하고 눈에 잘 띕니다. 한없이 고개를 들고 별자리 하나 찾아보려 애쓰는 것은 여름의 낭만입니다. 걷고, 뛰면서 밤공기를 마구 먹어치우듯 저는 여름밤마다 사냥을 나섰습니다. 낮에는 너무 더웠잖아요.


여름 노래를 듣지 않은지 오래됐습니다. 실은 요즘 어떤 노래를 들어야 할지 몰라 방황 중입니다. 해가 여름 같지만 낙엽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을 노래가 더 잘 어울리겠죠. 이제 별자리가 더 멀어졌습니다. 여름꽃들이 보랏빛으로 지면서 꽃길을 선물합니다. 이번 여름에 공기가 맑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미세먼지가 나빴던 날이 하루도 없었답니다. 나름 괜찮은 여름이었습니다.




별자리 북두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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