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에 피어난 둥근 유홍초의 주황빛이 풍경을 물들였다. 감들은 익고 나면 초록빛 이파리 사이에서 주황색이 되어 눈에 더 잘 띄게 된다.
풍경에서 주황빛을 보는 일은 드물었다. 초록색이나 하늘색사이에서 그 색을 발견하면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었다.
주황빛 자연이라니, 떠오르는 게 많지 않았다. 이럴 때는 사진첩을 열어본다. 그 안에 메리골드와 능소화, 양귀비가 있었다. 또 조금은 관심을 기울여야 발견하는 작은 무당벌레와 알록달록한 채송화 무리 사이에 핀 주황색이 있었다.
나는 어릴 때 주황색을 참 좋아했다. 지금은 좋아하는 색이 여러 개라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어릴 땐 말할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 분홍이나 빨강보다 예뻤다.
하지만 주황색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부러 골라 사거나 모으지는 않았다. 그것을 잊고 있다가도 보게 되면 마음이 끌리게 되는 식이다. 보면 예쁘게 여기며 오래 바라볼 뿐이었다. 마음이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다.
어떤 것을 왜 유독 좋아하게 되었는지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주황색처럼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이 변치 않는다는 점도.
몇 번 말했지만 난 아직도 만화를 좋아한다. 어릴 때 물건들 중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것이 몇 개나 있다. 그리고 또 책과 글이 있다.
어릴 땐 집에 책이 몇 권 없어서 읽었던 것을 읽고 또 읽었다. 만화도 그렇고 이야기를 많이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글을 짓는 걸 좋아해서 문예부 활동을 했었고 대회도 자주 나갔었다. 국어시간도 좋았고 받아쓰기가 하나 어렵지 않았다.
지금 책과 글을 좋아하는 게 우연은 아니었던 것이다. 더 커가면서 오랫동안 멀어졌지만, 자연스럽게 다시 가까이하게 되었다. 재밌는 소설책 한 권에 책 읽기를 시작했다. 고민이 많아져서 생각정리가 되지 않은 시기가 찾아왔을 때 일기장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지 않으면 잡아먹힐 것 같은 때였다.
돌이켜 보니 다행이었다. 안심이 되었다. 어린 내가 바라던 사람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무엇을 좋아했던 진심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