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힐끔 엿본 바깥은 밝았습니다. 틀림없이 해가 뜰 날이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자 창문은 더 환했고 문이 열리면 하얗게 쏟아져 내릴 것 같았습니다. 커튼을 제치고 닫힌 창문을 활짝 열자 햇살이 안으로 드리웠습니다. 환한 모양새가 정말로 반갑고 따스했습니다.
어제 비가 내린 후 잠깐 햇살이 비쳤을 때였습니다. 맺힌 이슬들이 햇살을 머금은 풍경은 보석 같습니다. 셀 수 없이 반짝거리죠. 그런데 그 해가 잠깐 비치는 동안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해 아래 비는 비 같지가 않았습니다. 따스한 빗줄기는 해를 통해 선명하게 보였고 천천히 눈이 나리듯 나긋나긋했습니다. 비가 내리더라도 해만 떠있다면 꽤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해가 귀하게 보였습니다.
가을이 되었을 때 우린 다른 햇살을 기다렸습니다. 여름과는 다른 햇살을. 마음을 달래주고 따스하게 물들여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가을 소풍과 나들이, 여행하기 좋은 날을 기다렸는데 그러기에는 여러 날 동안 비가 내렸습니다.
저는 부지런히 빨래를 돌렸습니다. 마당에 수건과 옷가지 양말 그리고 이불을 널어놓고 햇살이 든 곳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맑은 하늘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노랑나비가 날아다닙니다. 기분 좋은 바람도 불어옵니다. 바로 바라던 가을 아침입니다.
휴양지처럼 반짝 시끌벅적했던 시골 마을은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하얀 구름들이 바람에 천천히 흘러갑니다. 널어놓은 빨래들도 몸을 들썩거립니다. 집 대문 곳곳에서는 늠름한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하루 종일 해가 뜰 것 같아 어디로 산책을 갈까 생각하는 게 즐겁습니다. 바깥에서 놀다 해질 무렵이면 집으로 돌아가 잘 마른빨래를 걷어야겠습니다. 햇빛이 스민 냄새와 촉감이 그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