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독립기
졸린 아침에 밥을 짓다 보면 금방 잠에서 깬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설거지해 놓은 그릇들을 정리하고 이부자리를 정리하다 보면 밥이 익어간다.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요리를 한다는 게 막연하게 생각하면 귀찮은 일이었는데 막상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았다.
수십 년간 엄마의 아침이 그렇게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이 엄마 입장에서는 일처럼 느껴지고 이제 지겨운 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매번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밥을 짓고 국이나 찌개를 끓이던 엄마 역시 자신을 깨우고 식구들을 깨우며 하루를 시작했을 터였다.
이른 아침 불이 켜진 주방의 빛은 때때로 따스하게 다가온다. 삼 남매의 봄, 가을 소풍이나 운동회 때마다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말던 엄마가 떠오른다.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과 고소한 기름 냄새에 눈을 뜨고 벌써 학교 갈 준비를 마친 나도 그곳에 있다.
아침에는 버섯과 두부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달걀찜을 자주 한다. 버섯을 자주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에는 마트에 가면 늘 챙겨서 사 온다. 나는 특히 팽이버섯이 좋다. 반찬은 한, 두 가지만 있어도 충분하다. 요즘에는 밥을 덜먹고 사과나 고구마를 먹는다.
간식도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찾으면 요리법을 쉽게 알 수 있으니 재료만 있으면 큰 어려움 없다. 토르티야를 이용해서 피자를 만들고 재료를 세 개정도만 넣은 김밥을 만들기도 한다. 밀가루를 먹으면 속이 불편해 국수는 쌀로 만든 면을 쓰고 부침개가 먹고 싶을 때는 통밀가루로 해서 먹는다. 수제비도 처음 해봤는데 맛있었다.
음식은 삼삼하게 간을 하고 국물 요리는 맑게 먹는 편이다. 뭐든 요리 과정이 쉽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것을 찾아 한다.
김치찌개를 좋아하는데 매번 실패를 해서 이제는 엄마가 끓여줄 때만 먹는다. 그래도 하나 둘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니까 재미가 난다. 간혹 맛이 좀 덜하거나 실패를 하더라도, 내가 먹을 거니까 개의치 않고 그냥 먹는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자신은 없다.
요리를 하고 먹고 난 후,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는 일이 항상 따른다. 뭘 하나 만들다 보면 그릇이 많이 쌓이고 음식물 쓰레기가 한 움큼, 싱크대 위로 온갖 양념들이 다 나와있다. 이제 요령이 조금 생기니까 하면서 정리를 하게 된다. 요리와 뒷정리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뒷정리를 할 것이다. 지저분한 것을 말끔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실은 자주 뭘 쏟거나 떨어트리는 편이라 뒷수습에 익숙하다.
음식을 할 때도 종종 그런 일이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그것들을 정리한다. 인상 쓰는 대신 누군가 내 실수를 알아차렸다는 듯 민망한 웃음을 한 번 짓고 만다.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니까.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요리가 내게 그런 것 같다. 먹고 산다는 그 당연한 말에 어쩐지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