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안에서

by 샹송

멀리서 억새 사이로 흐르는 강물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걸음을 하게 된다. 물은 두 개의 얼굴처럼 은빛처럼 보이기도 금빛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물빛은 매일 같은데 새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늦가을 강변을 노랗게 물들였던 은행잎들이 사라지자 색을 지워낸 듯 허전하다. 은행잎길을 걸었을 때만 해도 완전한 가을에 갇힌 것만 같았는데 바람이 휩쓸고 간 곳에 벌써 눈이 쌓였다 녹는다.


이제 주변에 남은 것은 억새밭뿐이다. 그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와 내리쬐는 햇살. 세찬 물소리와 환한 빛줄기에도 눈을 채우는 큰 풍경은 사람의 노년을 보는 것 같다. 한 해의 마지막인 계절 탓일 것이다. 쓸쓸해 보이지만 평온함이 깃들어 있는 모습에 발길을 잡히는 것은 언젠가 그곳에 닿으리라는 생각 혹은 그 속에 있게 되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일까.



강뿐 아니라 어딜 보아도 풍경은 비슷하다. 가지만 남은 나무 위의 새들처럼 쓸쓸함에 무엇인가 곁들여있다. 꽃과 잎이 진 자연은 뼈대만 남은 듯 단조롭지만 어떤 면에서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그러다 눈이 내려 쌓이게 되면 잠깐 새 생명을 얻은 듯 세상은 달라져 보일 것이다. 겨울이 가진 색다른 풍경이다.


단조로움 안에서 나는 소리들은 한결 또렷하다. 그 안에서 색을 가지는 것들은 쉽게 눈에 띈다. 움직임은 금세 들켜버린다. 드러난 자연 속에서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것을 발견하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크게 뜨고선 부족한 즐거움을 채우고자 한다.


겨울이 영글어 간다.



은행잎길을 걸었을 때만 해도 완전한 가을에 갇힌 것만 같았는데
그 안에서 색을 가지는 것들은 쉽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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