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들이 콩콩콩 춤을 춘다

by 샹송

우연한 발견이었다. 부모님 집에 정기적으로 오는 신문이 몇 개 있지만 읽은 적은 없었다. 신문은 읽기보다는 무엇인가에 이용하려고 펼치는 경우만 있었다. 이를테면 양파나 감자, 무 같은 채소를 보관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양파 몇 개를 신문지에 감싸고 남은 신문을 정리할 때, 할머님 한 분이 쓰신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간결한 글씨체와 글의 주제에 어울리게 그려놓은 그림은 알록달록 색칠이 되어 있어 정성을 쏟은 것이 느껴졌다. 글이 참으로 좋았다.


몇 개월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시골 마을을 찾아갔을 때. 그곳에서 만난 할머님들의 시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뒤늦게 글자를 배운 할머님들의 이야기는 어려웠던 시절의 애환이 담겨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할머님들에게 시를 써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편의 편지이거나 하루의 일기,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내려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할머님들의 글은 시가 되어 가슴에 내려앉는다. 여운이 남아 몇 번 읽어보게 된다. 짧은 글에선 긴 인생을 엿볼 만큼의 이야기가 보인다.


신문에서 읽었던, 할머님 두 분의 시를 올려봅니다.


출처 한국농정 신문
출처 한국농정 신문





다른 시들도 여러 개 읽어보니 글을 배운다는 말이나 글을 배운 소감들이 자주 표현되어 있다. 처음에는 글쓰기가 어색할 테니 글을 깨우친 소감이 어떤지 적어보라고 하면 좋은 주제가 되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느 할머님은 글을 읽을 줄 몰랐던 때에 겪었던 불편하고 창피스러웠던 기분을 고백하시고는 이제 글을 알게 되어 어딜 가도 곤란하지 않고 행복하다고도 하셨다. 그 글에서 할머님의 환하게 웃는 미소가 보였다.

한 번도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글을 모르면 정말 불편한 게 많을 거라는 사실을 생각 않고 살아왔는데,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새 생각을 가지게 했다. 많은 글들이 그랬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배달 오는 신문을 이제 기다린다. 할머님 시인들을 만나는 것이 기다려진다. 읽는 시인은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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