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외출

by 샹송

도서관에서 머무는 시간은 삼십 분 이내이다. 진득하게 앉아 책을 읽지 못하는데 바깥에서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이다. 읽긴 해도 집에서 읽을 때만큼 책에 담긴 재미를 다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손해다.

나는 주로 책 구경을 한다. 도서관에서 진열해 놓은 추천 도서나 새로 들어온 책을 보기도 하면서. 도서관에는 당연히 책이 너무나 많다. 출간된 책이 모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그러니 책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라도 읽어본다.


내용이 궁금해지면 샤라락 책장을 넘겨보기도 하지만 앞장을 몇 줄 읽어보고 다시 꽂아 놓는다. 책에게 첫눈에 반하는 타입은 아니다. 읽어봐야겠다고 정해놓은 책이 있으면 다른 책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대부분의 책은 빌리러 가면 어디 나가있지 않고 그곳에 있다. 아마 내가 빌리는 책들은 인기가 조금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꼭 사지 않고 책을 빌릴 수도 있다는 것은 실용적인 일이다. 빌린 책의 안 좋은 점은 가끔 책에 묻어있는 지저분한 흔적뿐이다. 책들은 깨끗한 편이고 당연히 그럴 거라고 믿는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사람이라면 분명 책을 소중하게 다룰 것이다.


책의 맨 뒤쪽에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독서카드가 남아있는 것을 본 적 있다. 이름과 언제 대출해서 언제 반납했는지 적혀 있는 것을 봤을 때 굉장히 사적인 것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파란 무늬의 독서카드에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느꼈다. 나와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안다면 재밌을 것이다.


일 년 내 아무도 대출하지 않은 것 같거나 아니면 도서관이 생긴 이래로 한 번도 바깥으로 나가본 적 없어 보이는 깨끗한 책을 만나면 나 말고 누가 이 책을 빌렸을까 더욱이 궁금해진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집에 오게 되면 창가의 소파자리에 놓이게 된다. 창문을 열면 해가 드니 책들에게도 자연히 햇살이 드리운다. 뭐든 그렇듯 햇살이 비추면 보기가 좋다. 문득 책들에게 해와 바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너무 오래 햇살에 닿으면 안 되겠지만.


몇 달 전에 읽은 '책 너는 날'이라는 동화책이 떠올랐다. 옛날에는 긴 장마와 무더위 끝에 책이나 옷가지, 살림살이를 햇빛을 쬐이고 바람을 쐬어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물건들이라지만, 어둑하고 축축한 습기에서 벗어나 바깥공기를 쐴 때의 기분은 얼마나 상쾌하고 보송보송했을까.


날씨가 좋은 날 마당이나 공원에서 책을 읽는 것은 책에게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따듯한 봄이 오면 집에 있는 책들을 마당 그늘에 널어야겠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외출하듯 우리 집으로 오는 책들에게 간혹 햇살을 쬐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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