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by 샹송

작은 새가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풍경을 유심히 보게 된다. 모퉁이를 돌자 앉아서 쉬고 있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날리는 눈송이를 손으로 잡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나뭇가지 아래 맺힌 물방울이 보석같이 반짝이는 것을, 구름 뒤에 숨은 햇살이 얼마나 찬란한지를 지켜본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나의 시선도 그렇게 닮아간다. 느릿한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시 읊듯 읽어 보는 것처럼, 겨울의 산책은 자세하다.


찬바람에 집 밖을 나서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지만 일단 나가 돌아다닐 때는 추위를 잊기도 한다. 그러다 따듯한 집으로 돌아오면 몸은 불평하듯 자주 졸리어온다. 점심을 먹고 난 후늦은 오후에 책을 펼쳐놓고는 나른함에 참을 수 없는 잠에 들어버린다.



어린 시절 껴안고 자던 곰인형이 생각나는 겨울밤. 좋아하던 동화책 속의 그림들이 떠다니고 동네 교회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 장식품이 반짝인다. 친구와 동네 강아지와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며 뛰어놀던 풍경은 만화 속 장면인 것 같다. 겨울 기억은 포근하면서 귀엽다. 하얀 마음백구의 어린 시절처럼.


지나가면 우리는 추위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추웠다는 것만 사실로 남고 몸이 추워지지는 않는다. 그날의 추위는 그날의 긴 밤동안 따듯한 이불속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따듯하고 깊은 밤, 판타지 세상이나 영웅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재미난 일이다. 책을 읽다 또 깜빡 잠에 들면 다시 깨어나 조명의 불빛을 끄고서야 아득한 잠에 빠진다. 매일 짧은 겨울잠에 드는 것만 같다. 겨울의 잠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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