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시골독립기

by 샹송

며칠 전, 눈 오는 아침에 엄마랑 산길을 올랐다. 포근한 공기 속에 내리는 눈은 차갑지 않고 따스했다. 소나무를 풍경으로 눈송이들이 나리는 풍경은 소박했다. 낡은 풀잎 위로 떨어진 눈들은 하얀 꽃송이로 내려앉아있었다. 바람 불지 않는 고요한 길이 겨울만큼은 다정했다.


전날에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기운이 좀 났다. 집 보일러에 기름이 떨어져 부모님 집에서 잤는데 계속 선잠을 잤던 것이다. 처음 잠들었을 때 뭔가 기분 나쁜 꿈을 꾸어서 그런 것 같다. 그날 새벽에 보일러의 빨간 불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크게 걱정을 했다. 기름이 없는 것을 알고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꽤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겨울에는 틈틈이 남은 기름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처음이라 무신경했던 탓이다. 여름에 넣었으니 일 년은 거뜬할 거라 여겼다. 기름값을 찾아보고 생각보다 저렴하다 싶었는데, 집의 기름통을 채우려면 그 세 배라 돈으로 환산하니 70~80만 원되었다. 방을 너무 따듯하게 하고 있었나 싶어 얇은 옷차림을 내려다봤다.


겨울이 반은 남았다. 다시 기름통을 채우고 나면 최대한 아껴 써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난방비를 아낄까 검색을 해봤다. 그것뿐 아니라 며칠 전 아빠가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왔다고 말을 해줬다. 뭐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내 돈으로 내는 게 아니니 더 아껴 써야겠다 싶었다.


전기세와 수도세 같은 관리비는 아빠 통장에서 자동이체가 된다. 내가 살고 있지만 집이 부모님 소유이기에 관리비용을 부모님이 충당하신다. 돈의 쓸모가 대부분 그곳에 있으니 생활비를 아깝다고는 생각 안 한다. 그런데 그게 내 돈이 아니라 신경이 쓰인다. 실은 내 돈으로 해결하면 마음만은 편할 텐데. 모아놓은 돈도 꽤 있고 일은 안 하지만 쓰는 돈이 거의 없어서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내 돈을 쓰면 그게 아까워서 잘 못쓰게 한다.


진정한 독립은 몸과 같이 정신과 재정적으로도 이뤄줘야 하는 것인데 재정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기름값은 내가 내겠다고 몇 번 말했지만 결국 부모님이 내주셨다. 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날이 좀 풀릴 때까지 부모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스스로가 작아지는 것 같아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나 싶기도 한다.


처음이니까. 내년에는 더 꼼꼼하게 대비해야겠다 싶어 겨울나기 목록을 적어놓았다. 독립하길 마음먹었으니 나 스스로에게나 부모님에게도 걱정을 끼치지 않고 잘 지내야 한다. 잠시 추위를 피해 집을 떠났지만 겨울이 어쩐지 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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