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나오면서 살이 많이 탔다. 엄마는 벌써부터 말했지만 새겨듣지 않았던 게, 살이 탄 게 큰일이라도 된다는 듯 굴었기에 잔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하얬던 기억이 난다. 살이 잘 타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바뀐 모양이었다.
살이 타서 조금 촌스러워 보여도 괜찮았다. 유난스레 흰 피부를 고집하던 때도 있었지만 무엇을 위해서였는지. 몸무게가 3,4킬로그램 늘었지만 건강해져서 살이 찌는 것 같아 안심이었다. 한동안 옷을 사지 않아 외출을 할 때 매번 비슷하게 입었지만 새 옷이 없어도 충분했다.
내 마음이 아팠을 때 나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았고 무엇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사실은 많은 것들이 괜찮다는 것과 덥거나 추운 것은 불만이 될 수 없다는 것, 당연한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평가만 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을 태우던 여름도 맹맹하던 매미 울음소리와 가버리고 가을이 찾아왔다. 소란스러운 쌀쌀함이 무서워졌다. 날씨들이 내게도 쌀쌀맞아진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떠나보낼 준비가 안되었는데 여름은 가버렸다. 여름을 그리던 나는 차마 가을을 반기지 못하고 햇살이 뜨면 그 아래에서 일광욕을 한다.
여름을 써서라도 간직하고 싶었다. 여름의 바람과 햇살, 한낮의 고요함이나 시원한 여름 노래 같이 신나고 희망찬 노랫말 같은 것들을. 하지만 여름은 그럴 만큼 충분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적어내지 못했다. 신나게 놀 생각만 하던 여름 방학은 끝이 났다.
매 해마다 팔월이 끝나면 그랬다. 뒤로 두 계절이나 남았는데 삼 개월 뒤에 일 년의 마지막 달이 된다는 것도 생경했고 바로 겨울이 올 것만 같았다. 여름 방학이나 여름휴가는 한 여름밤의 꿈처럼 남아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져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만들어 냈다.
자꾸만 남은 계절을 세어본다. 손가락 두 개만 접으면 다 세어지는데도 그랬다. 시간이 아니라 계절이 가고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까운 봄, 더 아까운 여름 그리고 이제 가을. 할 수만 있다면 여름을 따라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