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한낮"

여름과 가을 사이

by 샹송

한낮의 더위가 모든 것을 삼킨 듯 마을은 고요하기만 했다. 늘어지고 무기력해지는 시간이라서 자주 졸음이 쏟아졌고, 나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것들이 낮잠에 든 것만 같았다.


그런 중에도 하늘과 구름은 보기 좋게 조화를 이뤄 집에만 있기에 아까운 풍경들을 그려 냈다. 그럼 아무리 더워도 산책이 하고 싶어 졌고 그럴 때마다 산에 올랐다. 바람이 불고 우렁차게 매미가 우는 산은 그나마 시원하고 활기가 돌았다.



산에 오르면 숲처럼 우거진 곳으로는 들어가지 못 풀이 없는 시멘트 바닥에 앉아 바람을 쑀다. 에어컨이 시원하다 해도 더울 때 쐬는 바람만큼 시원함과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지는 못 했다.


바람이 불 때 모자를 벗으니 큰 짐 하나를 내려놓은 듯 홀가분해졌다. 그 기분만큼이나 홀가분하고 시원한 사람이 되고 싶다. 바람이 많이 불면 좋겠는데 바람만큼 자주 불어 주지는 않았다.


가만히 앉아 바람을 기다리다 보면 간혹 다람쥐를 만날 때가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친 다람쥐는 날쌔게 달아나 버렸고 먼 거리에서 발견한 다람쥐는 움직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듯 한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럼 나도 다람쥐가 달아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분명 서로가 있다는 걸 알지만 못 본 척 연기를 하는 거랑 같았다. 서로가 보이지 않으면서 바라만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산속에서 사는 새들이나 다람쥐들에게는 내가 불청객이었고, 나 때문에 달아나버릴 때마다 방해를 한 것 같아 미안했다. 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동물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산에서 한참 시간을 보낸 뒤 내려와도 햇빛은 여전히 뜨겁고 마을은 조용했다. 해가 지려면 서너 시간은 남은 시간. 조금은 지루하다 느껴질지 몰라도 여름 한낮의 고요함은 줄곧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져서 그랬는지 게으른 것도 용서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길 바랐다.


이웃집 토토로


동네 공원에서 본 다람쥐와 밤길에 마주친 새끼 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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