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사이
길을 걷는데 나무 사이에 앉아 있는 참새들이 보였다. 왜 참새들에게 정답게 지저귄다는 말을 하는지 보고 있으니 알 수가 있었다. 참새들은 늘 무리 지어 다니면서 같이 앉았다가 날았다가 재미난 대화라도 나누듯 귀엽게 짹짹거렸다. 그런 참새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햇빛 때문에 찍을 수가 없어서 대신 길 위의 그림자를 찍었다.
돌담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에 몸을 기대어 봤다. 바람이 불어오자 그림자 나뭇잎들이 살랑거리며 마음을 느긋하게 했다. 사소한 움직임이 그토록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봄부터 여름, 가을 내내 돌담을 바라보며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 겨울이 되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보려고 욕심을 부려봤다.
벚꽃이 우수수 떨어져 올챙이들이 사는 작은 웅덩이에 꽃잎이 떠다녔다. 올챙이가 꽃 아래 그늘에서 쉬기도 할까? 집었던 꽃잎을 다시 물 위에 띄어 놓았다. 햇살이 뜨거운 날이었다.
나무에게도 그림자가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그늘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벚꽃의 아름다움보다 그늘의 시원함에 더 감탄하게 되었다. 햇빛이 있어야 그늘을 만들어 내는 나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늘 최선을 다한다.
낙엽이 진 단풍나무는 그림자로 보는 게 더 멋있다. 햇빛이 벽화를 그려 놓으니 나비가 날아와서 낙관을 찍었다. 나비의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