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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itude Aug 06. 2020

성형외과 원장님의 남다른 시선과 태도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신논현역 근처 쿄베이커리에서 친구를 만났다. 홀로 일한 지 8년차인 그녀로부터 새 출발 앞두고 조언을 구하고자 해서다.


어떤 이야기든 진심을 다해주는 그녀 덕에 금세 주위를 잊은 채 대화에 몰입했다. 한숨 돌릴 때쯤 눈에 들어온 그녀의 클러치백. 마침 준비해온 듯한 그녀가


" 이 가방에 대한 스토리 알려줄까? "


웃음지으며 말했다.

아직 이야기 시작도 안했지만 왠지 행복하면서 특이했던 경험이었으리라 짐작했다.




작년에 그녀에게 시련이 닥쳤다. 자기 사람이 잘 되길 바래서 그 사람이 추구하는 것을 얻게끔 도와주는 것을 즐기는 그녀가 사람에게 배신당했다. 너무 큰 충격에 사람 만나러는 집 근처 나갈 기력 조차 잃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 지인이 어떤 분과의 만남을 권했다.


그분은 성형외과 원장이었다. 한 병원의 원장이라면 떠오를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나이를 좀 드셨을 뿐, 그의 모습이나 태도는 그런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한 예로 학술대회에서 외국인 상대로 질의응답에서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하고자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이 준비한 것만 발표하면 크게 문제없음에도 그런 사소한 동기로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그런 그를 마주한 친구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성형외과 원장을 앞에 둔 30대 여성이라면 한마디라도 외모나 미용에 대한 질문을 할 법 한데 그녀는 1도 관련 없는 이야기만 했다. 그것이 원장님 입장에서는 낯설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원장님이 직접 어떤 부분을 시술하면 지금보다 훨씬 밝은 인상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단다.








하루는 바로 그 문제의 클러치백을 원장님이 들고 오셨다. 오늘 내 눈을 사로잡은 힘보다 더 강력하게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와 저거 예뻐요. 얼마짜리예요?"


그랬더니 원장님은 대답 대신 가방의 한 부분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의식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SAMSUNG CARD라고 적혀있었다.


"이거 그냥 사은품이에요. 딱히 가격이라 하면.... 제가 지불한 건 없어서."


그녀는 웃음이 터졌다. 그냥 말로 할 수도 있는 대답을 대신한 행동이 나이로부터 예측할 수 없었던 앙증맞음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인상을 준 한 마디가 이어졌다.


"이 회사 참 배려 깊지 않아요? 이렇게 보일락 말락 박아놓으니 웬만해서는 이게 사은품이지 모르고 어딘지 몰라도 명품일 것 처럼 보이나봐요. 00 씨가 본 것처럼요."


과연 그것이 정말 S카드의 의도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보다 원장님 태도가 놀라웠다. 그냥 작아서 좋다고 혼자 느끼는 거로 끝나지 않고 바깥에서 받을 긍정적인 인상에 감사해하다니. 


나라면 어땠을까. 로고가 작아서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보일까 싶어 로고가 안 보이는 쪽을 드러내며 다녔을 것이다. 그의 시선은 근사해 보이는 가방과 그것을 건네준 이에게까지 향했고, 나는 오직 가방의 작은 로고에만 신경이 쓰인 것이다.


비범한 그의 태도에 흥분한 그녀가 용기 있게 말했다.

 

" 이거 저 주시면 안 돼요? 갖고 싶어요. 너무 예뻐요~! "


'이야 그분도 그렇지만 너도 참 대단하다' 


나는 차마 하기 어려운 걸 여럿 해내는 그녀였지만, 나였으면 브랜드를 알고 집에 가서 찾아보고 살 건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렀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원장님이 흔쾌히 그 자리에서 클러치에 있던 본인 물건들을 다 꺼내고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 클러치백의 주인은 그녀가 되었다.

 



힘들었던 시간의 와중에 그녀는 그 날 세 개의 선물을 얻었다고 한다. 소중한 인연, 그와의 시간, 특별한 기억이 담긴 물건까지. 칠흑 같은 어둠에 한줄기 빛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들이 힘이 되어주었을까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녀는 지금 오히려 더욱 밝고 행복해한다. 매번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얻어가는 것이 있었듯이, 이 날도 중요한 삶의 태도를 배웠다.


사소한 것이라도 세심하게 바라보고 감사할 줄 아는 것.




Photo by Bud Helis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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