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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itude Oct 07. 2021

공개된 공간에서는 항상 말조심!

정확히는 '댓글로' 말실수를 했다. 


sns로 소통하던 분의 블로그를 통해 브런치 북 응모한다는 걸 보고 '댓글로 응원 드려야겠다'라는 생각에 브레이크 없이 행동으로 옮긴 게 문제였다. 현직 은행원으로서 현장의 모습과 본인의 경험담을 시리즈로 엮어서 썰을 푸시는데 그중 내가 읽은 글의 첫 문단에 '4시 퇴근'에 꽂혀서 농담 식으로 '4시 퇴근 그저 부럽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때 나는 댓글을 다는 행동에만 신경을 썼다. 딱 멈추고 쓴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전혀 생각 안 하고 '입력' 버튼 누르고 '아마 좋아하시겠지' 해맑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다음날 작성하신 분이 댓글을 다셨는데 나름 고초가 있다 오해다는 뜻을 밝히셨는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뉘앙스였다. 문제는 그 후 다른 분이 나를 태그하고 다신 댓글이었다. 그걸 그대로 여기에 가져올 수는 없고, 그렇다고 욕이 있고 그런 건 아니다. 핵심은 내가 사정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을 던졌다는 것이다.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그분의  댓글 자체에서 어떤 감정도 들 새 없이, 그분이 말씀하신 뉘앙스를 단번에 이해했다. 내가 처음 달았던 댓글은 당연히 오해의 소지가 충분했다.



이쯤에서 분명히 밝혀두건대 나는 4시에 업무가 종료하는 은행의 직원들이 꿀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친한 누나가 은행원이 계셔서 잘 안다. 처음에 그분이 은행원이라는 걸 알았을 때 농담으로  '누나 4시 퇴근이면 완전 꿀이잖아!' 나무라면 '아냐~~~ 나 진짜 힘들어. 4시에 문만 닫는 거지 집에는 못 가'그랬다. 그 이후로도 나는 매번 4시 개꿀 이러고 그 누나는 그때마다 우는소리로 셔터 닫고 뭐 했는지 읊으면 그제서야  '우쭈쭈 그랬어요?' 하며 술을 따라주곤 했다. 항상 이뤄지는 패턴이었다. 


아무튼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내가 두 가지 착각을 했기 때문이다.


우선 내 딴에는 면식 있는 분이라고 말을 가볍게 던진 게 화근이었다. 상대는 예전에 전국 무료 독서모임 행사에서 만나 옆자리 앉으셨던 분인데, 그날 행사를 인스타에 올렸을 때 알아봐 주신 이후로 가끔씩 소통하던 분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은행원 누나한테 치던 농담을 할 정도로 친하냐면 그 정도는 아니다. 내가 너무 섣불렀던 게 맞다.


또 한가지는, 공개된 자리인 걸 모르고 그냥 그분과 내가 소통하는 것만 생각했다. 내가 한 말을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네이버 블로그였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웬만하면 비밀댓글을 다는데 브런치는 그런 게 없으니까. 


예전에도 가끔씩 의도치 않게 상처 주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과하고 배우면서 깔끔히 고쳤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럴 일 없을 거다 생각할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이런 경험을 다시 하다니 스스로 부끄러우면서도 큰 공부가 되었다. 지금 겪지 않았으면 이런 실수를 나중에 더 치명적이게 저지를 수도 있었는데, 아무쪼록 그분과 잘 매듭짓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겠다.


Photo by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Photo by Sarah Kili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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