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anism?
비건이 되고자 노력하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수차례 다짐만 해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 요즘. 초심을 기억하기 위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다시 정리해 본다.
‘동물해방’은 1975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 책은 노예해방, 여성해방에 이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동물해방 운동을 촉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사회, 관련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첫 출간 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동물해방운동의 바이블'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다.
피터 앨버트 데이비드 싱어 Peter Albert David Singer의 동물해방론
"이 책은 인간동물의 '비인간동물들(non humananimals)에 대한 폭정에 관한 책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문구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동물’이라는 단어를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을 의미하는 데 사용하며, 이러한 용례는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 지우며 우리 스스로가 동물이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아무런 근거 없는 구분이라는 점에서 싱어는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모두 생물학적으로는 동물이므로.
그리고 싱어는, 모든 동물은 자신의 본성대로 자연적 수명을 누리며 살 권리가 있음을, 그리고 인간이 동물을 죽일 권리가 없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싱어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반려동물이 아니라 공장식 농장에서 오직 인간의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전 생애를 고통 속에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가축들, 실험 대상이 되어 좁은 우리에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다가 고통 속에 죽어 가는 실험실의 동물들이다. 이 동물의 해방이라 함은 단순히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해방이란 일반인들이 갖는 사고를 전환시킴으로써 동물 또한 도덕적 고려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동물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까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인간동물의 비인간동물들에 대한 폭정으로부터의 해방
동물해방론의 이론적 배경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다. 벤담은 비인간동물에게도 인도주의적 사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동물만 언어 사용 능력이 있다는 점을 기준으로 하는 비인간동물에 대한 존재론적 평가를 거부한다. 그리고 비인간동물에 대한 학대를 '노예의 고통'에 비유하면서 '동물들도 고통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벤담의 사상은 싱어에게 이어졌다.
싱어 역시 비인간 동물도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존재이고 감정적인 존재라 한다. 그는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감각 능력이 있는 모든 존재의 이익을 도덕적으로 그리고 동등하게 고려하는 것은 인간동물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싱어는 동물을 도덕적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태도를 종차별주의(Speciesism)라고 부르고 그것을 비판한다.
생명의 존엄성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한정되어야 하는가? 동물이 유정적 존재라면, 즉 동물이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면, 우리는 그들을 윤리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만 하지 않겠는가? 결국, 동물해방의 이론은 바로 공리주의 이론의 필연적 귀결이라 볼 수 있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윤리적으로 고려하고 도덕적으로 대해자
싱어의 주장에 대해서는 고통을 느끼는 비인간동물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비인간동물에 대한 도덕적 고려가 인간동물에 대한 그것과 동일한 정도이어야 하는지 등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싱어는 이에 대해서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독자를 설득하려고 한다. 싱어의 주장은 생각해 볼 점이 정말 많다.
비인간동물들에 대한 폭정?
이게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동물의 폭정 중에서 가장 잔혹하고 고통스러우며 불필요한 대량의 고통을 양산하는 부분이 동물실험과 공장식 축산이다.
싱어는 동물해방의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기업 및 연구기관의 실험실과 공장식 농장이라는 현대적 환경에 주목했다.
그는 인간이 동물실험을 통해 동물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지를 심리학, 의학, 독물학 분야 등 풍부한 예를 들며 설명한다. 특히 가장 고통스러운 실험의 상당수는 심리학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이 중에는 뇌에 직접적인 조작을 가하는 내용이 포함된 실험을 비롯해 약물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실험, 학습과 기억 실험, 수면 박탈, 스트레스, 공포와 불안을 포함한 실험 등이 포함된다.
구체적 예로는, 원숭이가 비행기 조종석을 닮은 의자에 앉아 조종간을 잡고 균형을 잡고 있다가 균형을 잃는 순간 계속해서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실험, 치명적인 독성물질의 정도나 용량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 대상 동물에게 치사량에 가까운 방사능 물질이나 화학전에 쓰이는 약품에 노출시키는 실험 등.
그리고 싱어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어떻게 가학성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원숭이를 평생 동안의 우울증으로 몰아넣고, 개에게 열을 가하여 목
숨을 빼앗고, 고양이를 약물 중독에 빠뜨리며 일과를 보낼 수 있는 것일까? 납세자들은 이러한 실험에 돈이
사용되고 있음을 용인해도 되는 것일까?"
한편 현대의 공장식 축산은 동물실험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동물에게 고통을 가한다.
육계는 조명 없는 배터리 계사에서 자란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동종을 포식하거나 깃털을 쪼고, 때가 되면 컨베이어 벨트에 거꾸로 매달린 채 삶을 마감한다. 산란계도 같은 스트레스를 겪으며 지내다 계란 생산성 증대를 위해 강제 털갈이를 당하거나 계란을 생산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도축당한다.
돼지는 자신보다 조금 큰 금속 외양간에 감금되어 지내고 살을 찌운 후에는 잔인한 방법으로 도축된다. 송아지는 고기가 붉게 되거나 질기지 않게 하기 위해 풀이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 성장촉진제가 첨가된 액체 사료만 먹고 자란다.
그래서 싱어는 "피가 제거된 뒤 플라스틱 꾸러미에 포장된 고기는 오랜 학대 과정의 종착점"이라 말한다.
이어서 싱어는 동물해방을 위해서 비건(vegan)이 될 것을 권유한다. 채식은 공장식 가축생산에 대한 강력한 불매운동이고, 인간은 채식을 통해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으니 채식은 “인간 아닌 동물 살해와 고통 야기의 종식을 향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매우 실천적이며 효과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종차별주의의 역사와 현재의 논의를 기독교 이전의 사유방식, 기독교의 사유방식, 르네상스시대, 계몽시대와 그 이후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이에 대해 동물해방론자로서의 답변을 제시한다.
다음엔 동물권을 논함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개 식용 금지‘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
그리고 난 꼭 비건이 될 것이다. 최대한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