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변호사의 다양한 사례
이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유형의 변호사들을 만나게 되고 또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물론 훌륭한 변호사들도 많이 있지만 지나칠 정도로 불량한 변호사들도 많은 것이 이 바닥이다. 미국에서 일을 하다보니, 특히 여기선 변호사에 대한 신뢰도가 한국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는 것을 자주 느낄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한국에 있는 의뢰인들이 미국에 있는 변호사에게 일을 맡겼다가 일을 엉망으로 처리해서 곤경에 처했던 이야기나 반대로 미국에 있는 한국교포분이 미국변호사를 통해 한국에 있는 변호사에게 일을 맡겼다가 수임료만 챙기고 연락이 두절되어 발만 동동 구르던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필자도 미국에 오기 전에 자주 듣던 말이 "해외에 나가선 한국인을 가장 조심해라"는 말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여기서 필자가 만난 의뢰인도 나이가 좀 있으신 한국분이었는데 약 3년 전에 미국에 소송을 진행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수소문하게 되었다. 일단 다른 나라에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이 언어와 의사소통의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을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한 한국인 사무장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그 사무장이란 사람은 해당 분야의 유명한 변호사를 선임하여 본인이 직접 사건을 관리하겠다는 등의 온갖 감언이설로 의뢰인을 설득하여 변호사비와 소개비 등의 명목으로 1억이 넘는 선수금을 받아갔다. 나중에 보니, 일반소송을 주로 하는 개인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하고 있었음은 물론 어느 이후부터는 변호사에게 비용도 제대로 지급되고 있지 않아 변호사가 결국 사임을 하였고 부랴부랴 한국의 어느 로펌의 소개를 통해 필자의 로펌을 찾아오게 된 케이스였다. 이전에 사건을 진행하던 개인변호사가 작성한 서면의 퀄리티는 가히 처참한 수준이었는데, 이는 변호사만을 탓할 수 없는 것이,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제대로 사건의 내용을 설명듣지도 못하고 관련 자료들도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중간에서 사무장이 전달해준 내용만을 토대로 서면을 작성한 것으로 보였고, 사무장 역시 수임 이후에는 의뢰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의뢰인을 직접 만났을 때 그 의뢰인은 세상 모든 변호사들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과 분노로 가득차 있는 것이 느껴졌다.
또 다른 사건은 필자의 지인인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의 이야기인데, 그 의뢰인은 미국에서 거주 중인 교포 사업가였다. 한국에서 상속분쟁으로 인한 소송을 제기하려고 변호사를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한국을 떠나온지도 오래되었고 한국에 아는 지인들이 별로 없다보니 한국의 변호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던 중 미국에 있는 교포 미국변호사를 소개받게 되었고 그 변호사는 자신이 한국에 아는 변호사들이 있으니 본인에게 수임료를 주면 본인이 한국에 가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을 진행해주겠다고 하였다. 직접 한국에서 변호사를 알아보는 것도 어려운 마당에 잘 되었다 싶어 그 교포 변호사가 요구하는 상당히 많은 수임료를 지불하였는데, 그 변호사가 한국에서 개인변호사를 선임하여 지불하였다고 주장하는 수임료 자체가 필자의 경험상 한국에서 개인변호사가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수임하는데 일반적으로 받는 수임료의 적정 시장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더 기가 막힌 일은, 그 한국의 변호사에게 지불한 금액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교포 변호사 본인의 수고료로 책정하여 받아간 것인데, 나중에 그 의뢰인이 환불을 요구하자 이미 한국 출장을 위한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최고급 호텔 숙박료 등으로 많은 부분을 사용했고 환불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그렇게라도 하여 한국 변호사가 일을 제대로 처리라도 했으면 다행인데, 의뢰인이 외국에 있고 그쪽 사정을 잘 알지 못하니 급할 것도 없다는 걸 이용한 것인지 서면제출도 계속 지연되고 소송진행도 매우 불성실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 의뢰인 역시 필자의 지인 변호사에게 변호사에 대한 경멸과 분노를 오랜 시간동안 털어놓았다고 한다.
한번은 한국인 교포 변호사의 사기와 횡령에 관련된 파생사건에 필자가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해당 변호사는 이민법을 주로 하는 변호사로서 미국에 있는 한인교포들이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자이민 영주권 신청업무를 대행해준다는 명목으로 투자금을 받아 이를 편취하고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는 등의 혐의로 문제가 된 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신분문제로 인한 사람의 절박함을 이용한 정말 질이 나쁜 변호사였다. 변호사 자격박탈(disbarment)이 당연한 사안이었는데, 캘리포니아 변호사 협회에서 보내는 안내 메일등을 보면 사실 이보단 사안이 다소 경하지만 변호사들의 비위로 인한 징계공고가 굉장히 자주 그리고 많이 있음에 놀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미국이 그나마 선진적이라고 느끼는 부분 중에 하나가 비위를 저지른 변호사에 대한 징계의 수위 부분인데, 미국은 징계수위가 상당히 높고 엄격하며 협회차원의 최고수위의 징계인 자격박탈의 케이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상대적으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공고를 보거나 뉴스에서 문제가 된 법조인에 대한 처벌수위를 볼 때, 그 수위가 미국보다는 훨씬 낮지 않나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그렇다보니, 법조인 스스로부터 법조윤리(Legal Ethics)에 대하여 무겁게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몇년전에 국내 8대 전문직 중 신뢰하는 직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가장 신뢰하는 직업으로 의사가 1위를 차지했고 변호사의 신뢰도는 의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변호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문직이라는 것 자체가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서비스업이란 그 존재의 근간부터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업 자체는 법률지식의 비대칭을 이용한 일종의 지식의 판매업인데, 이제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 비대칭의 간극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우리 변호사들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지식의 비대칭도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인간적인 신뢰까지 할 수 없는 변호사들에게는 더 이상 의뢰인들이 과거처럼 마지 못해 찾아가는 일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의뢰인들도 더 꼼꼼하고 깐깐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위와 같은 불량변호사의 사례들을 접하면서 계속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남이 사기당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니 바보처럼 저런 일에 왜 당하지?"라고 생각하다가도, 그 일이 내 일이 되면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뭔가에 홀려서 속는 것이 사람이다. 특히 한국에 있는 독자들이 미국에 있는 변호사를 선정할 일이 생긴다면 그냥 지인의 소개만 받아 변호사를 선정하기 보다는, 더욱 더 신중하고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싶다. 한국에 있는 변호사는 언제라도 직접 찾아가든 사무실로 전화를 하든 계속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반면에, 미국에 있는 변호사를 찾아가거나 자주 전화로 상황설명을 요구하거나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의뢰인인 내가 컨트롤을 놓치는 순간 불량변호사들이 내 멋대로 날뛰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선임 전에 방문이 가능하다면 꼭 변호사를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면서 사람의 진실성을 파악해보고,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최소한 영상회의로라도 변호사와 사건에 대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수임 후에 바쁘다는 핑계로 갑자기 연락이 잘 안되는 등 180도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변호사는 최대한 빨리 해임을 하고 다른 변호사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선임에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서 끝까지 믿고 가다가 더 안 좋은 결말에 이르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