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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펌 랭킹, 변호사들의 진로 고민과 이직


사실 한국기업들에게는 미국소송이라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 로펌에 대해 평소에 많은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  또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사소한 법률적 이슈부터 아주 복잡한 소송까지 얽혀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미국에서 소송이 벌어지기 전까지 다양한 법률적 이슈에 대한 자문을 구했던 국내의 로펌에 많이 의존을 하게 되고, 국내 로펌에서 추천해주는 미국 로펌을 통해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물론 주 자문법인의 추천을 받아 미국 로펌을 선정하는 것도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긴 하겠지만, 의뢰인 스스로가 평소에 미국 로펌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고 더 나아가 각 로펌들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막상 일이 닥쳤을때 급하게 쫓기듯이 로펌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본인들에게 잘 맞는 소송대리인을 선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미국 로펌의 랭킹(순위)을 이야기 할때는, 주로 볼트(Vault) 랭킹, 암 로 100(Am Law 100) 랭킹, 그리고 NLJ 500 랭킹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1. 2020 Vault Law 100 : https://www.vault.com/best-companies-to-work-for/law/top-100-law-firms-rankings


2. 2019 Am Law 100 랭킹 자료는 이 사이트에서 멤버십 등록 후 열람 가능 : https://www.law.com/americanlawyer/rankings/the-2019-am-law-100/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Numbers, Gross Revenue, Revenue Per Lawyer, Profits Per Equity, Profits Per Lawyer 등으로 다양하다)


3. 2019 NLJ 500 랭킹 자료는 이 사이트에서 구매 후 열람 가능 :  https://www.alm.com/intelligence/solutions-we-provide/business-of-law-solutions/surveys-rankings-and-reports/2019-nlj-500-report/


볼트(Vault) 랭킹 기준으로 2020 Top 10 Most Prestigious Law Firms (based on Vault's Annual Associate Survey)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Cravath, Swaine & Moore (no change)

2. Wachtell, Lipton, Rosen & Katz (no change)

3. 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 (no change)

4. Sullivan & Cromwell (no change)

5. Latham & Watkins (no change)

6. Kirkland & Ellis (+2)

7. Davis Polk & Wardwell (-1)

8. Simpson Thacher & Bartlett (-1)

9. Gibson Dunn & Crutcher (no change)

10. Paul, Weiss, Rifkind, Wharton & Garrison (no change)


V10 안에서 전년도 대비 순위 변동이 없는 로펌이 총 7곳에 달하는 것을 볼 때, 그리고 순위 변동이 있는 3개의 로펌 역시 기존의 V10 로펌 내에서만 순위 변동이 일어났음을 볼 때, 위 10개 로펌의 미국 내 명성과 지위가 상당히 확고하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순위를 매기는 평가 기준인데, 업계의 동료 어쏘 변호사들이 온라인으로 설문을 통해 타 로펌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내변호사나 기업의 법무팀 직원들이 평가하는 베스트 로펌 설문 평가 등도 있기는 하지만, 사실 로펌의 규모(변호사 숫자)로 랭킹을 매기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것 같다(그리고 실제로 베스트 로펌 설문에 따른 순위가 규모에 따른 순위와 크게 차이가 없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변호사 숫자(Headcount)나 매출액(Revenue) 등으로도 순위를 매기긴 하나, 위 V10 랭킹 순위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일례로, 2019 NLJ 500의 Total Attorneys 기준으로 랭킹을 매긴 것을 보면 Top 10 로펌은 다음과 같다.  이 중 V10과 중복되는 로펌은 빨간색으로 표시한 단 2곳 밖에 없었다. 


1. Baker McKenzie (no change)

2. DLA Piper (no change)

3. Norton Rose Fulbright (no change)

4. Hogal Lovells (no change)

5. Latham & Watkins (+1)

6. Jones Day (-1)

7. Kirkland & Ellis (+1)

8. White & Case (-1)

9. Morgan, Lewis & Bockius (+1)

10. Greenberg Traurig (-1)


따라서, 내가 어떤 기준으로 바라볼 것이냐에 따라 미국 로펌의 랭킹은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 로스쿨 재학생이 자신이 졸업 후 일할 로펌을 선택하기 위해 참고할 랭킹과 의뢰인의 입장에서 로펌을 선임하기 위해 참고할 랭킹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또한, 미국 로펌들은 각 분야별 세부 랭킹이 한국 로펌들보다 더 의미가 있고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맡길 사건이 무엇인지에 따라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특히 소송의 경우에는, 한국과 다르게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까, 소송이 진행될 법원이 어느 주(State)에 있는지와 해당 지역에 선임하려고 하는 로펌의 오피스가 있는지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간혹, 랭킹은 더 높지만 미국 내 특정 지역에만 오피스들이 국한되어 있어 타 지역에는 명성이나 영향력이 낮은 로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일을 하고 주변의 변호사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미국 변호사들은 한국보다는 로펌의 랭킹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로스쿨 재학생 또는 갓 졸업한 졸업생일 수록 첫 직장의 랭킹을 더 중요시 하는 경향은 있으나,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 변호사들일수록 로펌의 랭킹보다는 본인이 전문화하고 싶은 분야가 강한 로펌인지, 본인이 어느 정도의 재량을 가지고 딜이나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지, 더 높은 직책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로펌인지 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보였다.  비슷한 연봉 체계(Pay Scale)을 가진 대형로펌만 전미적으로 100곳이 넘게 있고 워낙 법률시장이 크다 보니, 변호사로서 성공할 수 있는 커리어 루트가 다양하고 각자의 소신과 삶의 방식에 맞춰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운 부분이었다.  또한, 시장의 규모나 변호사의 숫자 등을 고려했을 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긴 하지만,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에서 하루에 올라오는 채용공고의 숫자와, 링크드인(LinkedIn)이나 인디드(Indeed) 등의 취업정보 사이트 등에서 하루에 업로드 되는 미국 내 변호사 채용공고의 숫자만 비교해 보더라도, 미국에는 변호사들이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보다 훨씬 많고 (그리고 특히) 매우 다양한 회사들이 매우 다양한 포지션에서 변호사를 채용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필자가 여기서 만난 한 변호사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V10에 해당하는 아주 저명한 대형로펌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변호사 3년차 쯤 그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부띠크 로펌으로 옮긴 케이스였다.  그 이유를 묻자, 대형로펌에서 주니어급 변호사가 참여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었고 아무래도 딜이나 소송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여지가 없는 반면에, 현재 옮긴 로펌에서는 비록 저년차 변호사지만 훨씬 더 많은 재량을 부여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Billable hours에 대한 요구도 적기 때문에 더 만족스럽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아는 한국계 변호사 역시 LA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형로펌을 다니다가 4년 차때 Litigation만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사무실로 이직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옮긴 사무실에서 받는 연봉이 대형로펌과 큰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빠르게 파트너 승진이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한다.  두 변호사 모두 반드시 대형로펌에 일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히 속한 업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로스쿨생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법률시장의 한계 때문에 소위 검클빅(검찰, 로클럭, 빅펌)이라 부르는 3가지 진로에만 목을 매달 수 밖에 없고, 대형로펌에 가더라도 대형로펌을 나온 이후의 진로가 다양하지 못해 엄청나게 치열한 내부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실제로 대형로펌에 재직 중인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승진과 영업의 스트레스, 건강과 가정, 그리고 삶의 균형 등을 위해 인하우스나 공공기관 등으로 이직을 하고 싶어하는 변호사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현재 받고 있는 것과 꽤 차이가 나는 보상 수준, 매우 제한적인 (좋은) 포지션, 그리고 커리어를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와 주위에서의 시선 등의 이유로 쉽게 퇴사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많다.  변호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커리어 패스가 생겨나고, 각자가 추구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을 고려한 진로의 결정이 보다 존중되며, 각자가 선택한 길에서 노력하면 변호사로서 얼마든지 명예롭고 금전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되는 시대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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