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Motion for sanctions

현직 미국변호사가 들려주는 미국소송 이야기

소송을 하다보면 당연히 나에게 불리한 증거는 제출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나에게 유리한 증거는 최대한 많이 내놓게 하고 싶게 마련이다. 노련한 변호사일수록 의뢰인이 보관중인 증거에서는 최소한만 제공하면서 상대방이 보관중이 증거는 최대한 많이 제출하게 하는 다양한 소송전략을 구사하게 되는데, 사실 디스커버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증거를 난 조금 까고, 넌 많이 까고!"


그런데 사실 내 쪽에서 조금 까는 것도 어렵지만, 상대방 쪽에서 많이 까게 하는 건 더 어렵다. 일단, 상대방이 무슨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지 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일단 투망식으로 이것 저것 요청해본다. 그러면 돌아오는건 오브젝션(Objection)으로 가득찬 답변서 뿐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상대방의 답변서가 온갖 오브젝션으로 가득차있고 결국 상대방이 얄밉게도 자료제출을 하나도 안하고 있으면 속이 부글부글하기 시작한다. 흥분하지 말자. 그렇게 몇 달은 흘러가는게 일반적이다. 그 사이에 투망을 좀 더 작지만 깊게 짜서 던져봐야 한다.




앞선 글에서도 설명하였지만, 상대방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이제 meet and confer를 할 차례이다. 여기서도 잘 협의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법원에 Motion to Compel (강제제출명령)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한마디로, "판사님, 제가 이 소송에서 이기려면 이러이러한 자료가 꼭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내 놓으라고 서면으로도 보내고 전화로도 요구해보고 신사답게 했는데도 도저히 말을 안듣는데 어쩌죠? 쟤 더 이상 말도 안되는 토달지 않고 그냥 제가 원하는 자료 내놓으라고 혼좀 내주세요! 그리고 기왕이면 다시는 저러지 못하게 정신차리라고 벌금도 좀 때리시죠. 아, 제가 불필요하게 시간 쓰면서 나간 변호사비용도 같이 좀요."


내 말이 일리가 있다면 법원은 내 신청을 받아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법원의 명령을 받았는데도 바로 명령을 안 따르고 꾸물대는 상대방도 있다. 진짜로 막나가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필자가 참여했던 한 사건에서는 담당 변호사가 법원의 강제제출명령이 나온 것을 의뢰인에게 제대로 통지하지 않아서 지연된 경우도 있었다. 꽤 규모가 있는 로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사건진행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건을 방치한 케이스였는데, 결국 그 고객은 해당 로펌을 fire하고 필자의 로펌을 선임한 케이스였다. 우리 클라이언트(사실은 대리인 로펌)의 불성실한 디스커버리 답변서에 참다 못한 상대방 로펌은 motion for sanctions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Defendant has failed for more than eight months to answer Plaintiff’s first round of discovery requests, served in January. Defendant has exhausted the entire discovery period and two continuances with the same types of stalling tactics – i.e., giving evasive, non-responsive answers, promising to fix them, and then providing equally defective answers. Defendant has responded to Plaintiff’s discovery four or more times, have been ordered to respond fully, and still fail to provide complete, straightforward answers. Enough is enough. The Court should impose issue and evidence sanctionsto prevent Defendant’s misconduct from prejudicing Plaintiff.


참을만큼 참았고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난 introduction 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또 짚고 넘어갈 것은 sanction의 종류인데, issue sanction 이랑 evidence sanction 두 가지로 나누어서 요청을 한 부분을 주목할만 하다. Issue sanction은 "deeming the matters established without the need for proof at trial"로 이해할 수 있는데, 재판에서 별도의 추가 입증할 필요없이 바로 해당 쟁점을 사실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에 evidence sanction은 "an order prohibiting any party engaging in the misuse of the discovery process from introducing designated matters in evidence" 즉, 해당 증거들을 디스커버리에 비협조적으로 응한 상대방은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제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monetary sanction (금전적인 제재), terminating sanction (상대방의 어떤 action을 dismiss시키거나, 아예 상대방에게 불리하게 판결을 내려버리는 제재), 또는 contempt sanction (법정모독으로 인한 벌금이나 구류) 등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미국소송에서는 디스커버리에 불성실하게 대응하는 것에 상당히 엄격한 제재가 따르는 편이다. 이 것도 각 법원, 재판부, 판사에 따라 다르긴 한데, 주심 판사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디스커버리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매우 엄격한 판사의 경우에는, 단 한번의 불성실한 모습만 보여도 바로 강력한 제재를 내려 사실상 소송의 승패가 결정되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Meet and Conf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