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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Discovery) 비용 얼마나 들까?

현직 미국변호사가 들려주는 미국소송 이야기


지난 글에서는 디스커버리가 미국소송에서 엄청난 소송비용의 증가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길래 디스커버리가 소송 비용증가의 주범이라고 하는걸까? 




디스커버리 4가지 방식 중,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비용증가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데포지션의 경우, 각 법원의 룰이나 쌍방의 합의에 따라서 시간이 길어지거나 짧아질수도 있지만, 보통 7시간에서 10시간 정도를 진행한다.  중간 중간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부가적으로 2시간 이상이 더 소요된다고 볼 수 있다.  데포지션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단 공격측 변호사, 방어측 변호사, 속기사, 비디오 기사, (필요한 경우) 통역 (공격측에서 고용한 메인 통역 외에 방어측에서 체크 통역사가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증인(Deponent) 등이 있다.  따라서 데포지션이 진행되는 회의룸안에 최소 5명은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되고 통역이나 각 측의 변호사가 2명 이상 참석한 경우에는 총 8~9명 정도가 참석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용이 발생되는 부분은 단연 변호사일 것이다.  대형로펌일수록 변호사가 1명만 참석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파트너급 변호사 1명과 어쏘시에이트급 변호사 1명 정도가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럼 하루 종일 데포지션을 10시간 정도 진행하는데 들어가는 변호사비용만 하더라도 파트너 변호사(Hourly rate이 800불이라 가정할 경우)가 8000불, 어쏘시에이트 변호사(Hourly rate이 400불이라 가정할 경우)가 4000불 정도하여 합치면 12000불 정도가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 비용도 어마무시한데 여기서라도 끝나면 다행일 것 같다.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을 고용하여 증언을 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특허소송에서 기술과 관련된 부분에서 주로 전문가 증언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보통 유명대학의 교수들이기 때문에 이 분들 몸값(?)이 또 장난이 아니다 (과거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에서 삼성 측이 고용한 MIT 컴퓨터공학과 교수의 경우 시간당 950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통역을 고용했다고 한다면, 물론 희소언어/경력 등에 따라 그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겠지만, 공인법정(Certified) 통역사의 경우 Hourly rate이 60불에서 200불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100불로 가정할 경우, 하루 종일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대략 1000불 정도로 계산된다.  여기에 법정 속기사와 데포지션 기록을 책자로 만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전문가 증인이 아닌 경우에도) 하루 데포지션을 하는 데만 무려 14000불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이다!  물론 변호사가 1명만 참석하고 시간당 임률이 낮은 변호사를 고용하였다면 그 비용은 많이 줄겠지만, 아무리 못해도 단 하루 데포지션을 하는데 5000불(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595만원) 이상의 비용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5000불이면, 한국에서 간단한 민사소송을 변호사에게 맡기는 착수금과도 맞먹는 금액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한국 고객들은 당황스럽고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데포지션이 단 한 번만으로 끝나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증인을 불렀으면 당연히 상대방에서도 증인을 부르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부른 증인의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고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서 우리 쪽에서는 또 다른 증인을 부르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증인을 부르다보면 소송은 2~3년을 훌쩍 넘기는 것은 다반사다.  그 과정에서 데포지션만 10명 이상 진행되기도 하고, 10번 이상의 데포지션을 진행하는 동안 발생된 비용만 해도 이미 10만불을 넘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자가 참여한 한 소송은 재판 전 절차(Pretrial)로만 5년 이상을 끈 사건이 있었는데, 양측에서 부른 데포지션 증인만 무려 30명 이상이었다.  결국에는 재판에 가기 직전에 합의(Settlement)를 하게 되었는데, 의뢰인에게는 어떻게 보면 상처만 남은 소송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의 글에서 이미 다뤘듯이 디스커버리는 데포지션만이 전부는 아니다.  양측이 질의서(Interrogatories, ROG)도 주고받아야 하지, 문서제출요구(Request for Document Production)도 주고받아야지, 변호사들은 계속 일을 하고 있다.  변호사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곧, 미터기를 켠 택시의 말이 계속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상대방의 문서제출요구에 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쪽의 변호사들이 우리 측 서류들을 검토하고, 관련서류들을 분류하고, 마지막으로 특권(Privilege)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서류들은 또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상대방이 제출한 서류들 중 우리 쪽에 유리한 자료들은 없는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검토해야 한다.  문서의 양이 수백, 수천 페이지 정도면야 1명의 변호사가 쉬지 않고 일한다면 며칠 안에 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간 소송에서 현출되는 문서는 수만 페이지가 기본이고, 수십만, 수백만 페이지 이상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쯤되면,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소송을 시작하던 당시의 상대방을 끝까지 가서라도 묵사발을 내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점점 약해지고 합의로 어서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다음 글에서는 필자의 사내변호사(의뢰인)로서의 경험과 현재 로펌에서의 업무 경험을 통해 변호사 비용(이라 쓰고 택시요금이라 읽는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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