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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전해지는 시간

어딘가의 employee에서 employer/business owner로 나의 타이틀이 바뀐 순간부터 갑자기 LinkedIn이나 Facebook을 통한 친구신청이나 메시지를 많이 받게 되었다. 특히 LinkedIn을 통한 invite는 웬만하면 거의 다 수락하는 편인데, 당연히 네트워킹의 차원에서 서로 알고 지내면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있지만, 나와 다른 배경과 업종에서 다른 커리어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작성하거나 공유하는 글들을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사람의 관심사와 생각을 몇 번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근함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상당수는 이미 처음부터 본심을 드러내놓고 접근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나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변호사들만 exclusively 자산관리를 해 주는 financial advisor야. 너의 프로필을 보니 우리 서비스에 딱 맞는 사람이라 생각했어. (읭??) 혹시 우리 서비스에 관심 있니?" 등등. 


이런 경우에는 사실 나에게 접근한 상대방의 진심을 처음부터 명확히 알 수 있어서 내가 전혀 관심없거나 불필요한 서비스 제안을 해 오는 경우라면 신청을 거절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지금 당장은 관심이 없더라도 언젠가 나중에 내가 그들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공유하는 그 업계의 동향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신청은 수락하는 편이다.

 

"제안은 고마운데 지금은 생각이 없어. 하지만 나중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때 연락을 줄게." 라는 메시지와 함께. 


한편,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것처럼 접근했지만 조금만 얘기를 하다보면 결국은 나라는 사람을 보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영업의 대상으로만 보고 접근한 경우도 많았다. 변호사들 중에 특히 이런 경우가 많았는데, 예를 들면, 


"너만의 practice를 시작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넓히는 일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일이야. 앞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 등등. 


나처럼 이제 막 사무실을 시작한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가운 신청이니 수락을 안 할 이유는 없다. 고맙다는 답장과 함께 invite 수락 후 몇 시간 뒤에 다시 메시지가 온다. 본인의 로펌을 홍보하는 긴 내용을 포함해서. 


"나는 현재 어디어디 법률사무소의 대표인데 우리는 personal injury 사건들을 전문적으로 다뤄. 우리 로펌이 얼마나 훌륭하냐면... blah blah... 너의 고객 중에 우리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줘." 


원하면 15분 정도 자신의 로펌 홍보 프리젠테이션을 해 줄 수 있으니 자기 스케줄표에 예약신청하라는 안내까지 친절하게(!) 해 준다. 어떤 변호사는 유튜브 홍보 동영상 링크까지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일단 나에 대한 궁금한 점은 하나도 없이 본인과 본인 로펌에 대한 홍보뿐이다.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되려면 나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쯤 되면 그들의 접근이 어떤 마음에서 이루어졌는지 확실해졌다. 그렇다고 그들의 의도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결국엔 모든 자영업자들은 영업이 목적이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나 역시 메시지 답장을 보낸다. 


"너희 로펌을 소개해줘서 고마워. 지금 현재는 personal injury 사건 고객이 있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생기면 소개시켜 줄 수 있도록 너희 로펌을 기억하고 있을게. 그리고 참고로 나는 이런 업무를 주로 하고 있고... blah blah... 서로 전문성에 맞게 고객들을 cross-referral 해 줄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 라고. 


하지만 이에 대해 재답장을 받은 기억은 없다. 오히려 다시 한번 본인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서비스 홍보 메시지를 중복적으로 받아 본 기억은 있다. 당연히 그들이 나의 프로필이라도 제대로 한번 읽어봤다거나 나에게 사건이나 고객을 소개해줄 것이란 기대도 없다. 


어쩌면 LinkedIn이라는 매체를 통한 인간관계가 얼마나 피상적이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느끼게 된 경험들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분명 소중한 인연은 존재한다. 단, 그 인연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여주는 쌍방의 관계에서 피어난다. 나의 말을 하는데 급급하기 보단, 상대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사이는 되어야 최소한 연결된(linked) 관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 나의 진심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상대방의 진심이 나에게 전달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진심이란, 늘 뒤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워낙 수줍고 섬세한 지라, 다그치고 윽박지를 수록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방법은 하나,
진심이 스스로 고개를 들 때 까지 그저 눈 마주치고 귀 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 
말을 접고 생각을 접고 가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심은 툭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 어떤 잘난 척도, 고고한 충고도 진짜 위로는 될 수 없다.
위로란 진심이 나누어지는 순간 이루어지는 법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빙그레 내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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