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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와 명예훼손(Defamation)

현직 미국변호사가 들려주는 미국소송 이야기

(본 기고글은 미국법 상의 명예훼손 법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소셜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고객리뷰 관련 서비스들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거짓 리뷰, 욕설 등의 부적절한 콘텐츠, 명예훼손 또는 모욕적인 코멘트 등의 위험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대다수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와 소셜 미디어들은, 포르노 등 명백한 유해 콘텐츠들을 차단하는 것 외에는, 하루에도 수백만 또는 수천만의 사용자들이 올리는 방대한 콘텐츠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자체적 검열과 규제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며, 단지 사후적으로 신고를 접수하여 콘텐츠를 삭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마저도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인 내용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어려운데다, 국내 사업자가 아닌 외국(특히 미국)에 본사를 둔 ISP들의 경우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의 사후 게시물 삭제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만약 온라인 상에서 제3자가 나와 나의 가족, 나의 사업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명예훼손의 피해를 입은 자들은 어떤 구제방법을 찾아야 할까?


피해를 입은 자들은, 실제로 콘텐츠를 작성하고 업로드한 가해자 뿐만 아니라, ISP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상대로도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수 차례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응하거나 대응 지연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명예훼손 내용이 포함된 내용을 대다수 공중에게 전파되도록 함으로써 더 큰 피해가 발생하게 방조하였다는 이유에서이다. 특히, 피고가 익명이나 가명의 계정이어서 누군지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외국에 있는 경우, 또는 특정이 되더라도 무자력인 경우에 금전적으로 충분한 자력이 있는 ISP나 소셜 미디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그나마 빠르게 손해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난 1996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제230조에 의거하여, ISP나 소셜 미디어 플랫폼 등의 사업자들을 사실상 명예훼손 소송으로부터 면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위 제230조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컴퓨터 서비스의 제공자나 사용자는 다른 정보 콘텐츠 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게시자 또는 발언자로 취급되지 않으며, 따라서 미국의 대부분의 연방법원과 주법원은, 문제된 콘텐츠의 출처가 제3자인 사용자인 한, 일반적으로 그 콘텐츠가 게시된 웹사이트나 서비스 제공자는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온라인에서 실제로 명예훼손성 발언 내지 콘텐츠를 작성한 바로 그 사람이나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민사상 구제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법 상의 명예훼손은 어떻게 정의될까? 일반적으로, 원고의 명예를 해치는 허위의 공표된 진술로 정의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 글이나 사진 등을 포스팅하는 행위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사람이 볼 수 있으므로 공연성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단, 여기서 진술을 다시 사실의 적시, 의견의 적시, 사진이나 동영상의 조작 내지 변조 등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진술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허위의 사실인 경우라면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것은 자명하므로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다.


첫 번째, 온라인 상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면, 명예훼손 청구가 인용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폐지 찬반 논란이 있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는 점과 비교해볼 수 있다. 따라서, 예를 들어, 구글이나 옐프(Yelp), 또는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 상에서, 미국인 사용자(피고)가 원고가 판매한 제품에 대하여 매우 심한 혹평을 리뷰로 남긴 경우, 그리고 그 리뷰의 내용이 예컨대 원고가 판매한 음식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라면, 원고는 실제로 이물질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해당 리뷰가 거짓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만 명예훼손 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 결국 진술이 사실이냐 거짓이냐의 문제는, 누가 얼마나 더 설득력있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의 싸움이다.


두 번째, 온라인 상의 진술이 작성자 개인의 의견을 적시한 것이라면, 이 역시 명예훼손 청구가 인용되기 어렵다. 특히 미국은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를 굉장히 중시하는 사회이며, 개인의 의견은 법률상 특권을 가지며 보호된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합리적인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 아무리 개인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사실의 적시로 간주될 수 있다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음식에서는 자주 이물질이 발견되는 것 같다는 본인의 의견을 적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항변을 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사실의 적시로 해석하고 그 내용에 사실적 근거가 없다면 명예훼손으로 인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상의 진술이 개인이나 기업을 모욕하거나 조롱하기 위하여 사진 또는 동영상을 조작하거나 변조하여 포스팅한 경우라면, 명백한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바이럴 마케팅이나 저격 또는 마녀사냥의 일환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수정하여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인 그림을 합성하거나 문구를 삽입한 후 온라인이나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 역시 수정된 내용이 사실적 근거가 없거나 사실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된 경우일수록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상의 명예훼손은 심각한 불법행위로서, 큰 책임이 수반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온라인 상에 글을 올리기 전에 아래의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1. 절대 분노에 차서 글을 작성하지 말 것. 분노에 차서 작성된 글은 누군가에 대한 명예훼손성 진술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리 흥분이 되었더라도 최소한 다음 날까지는 고민하고 글을 작성하자.


2. 글을 올리기 전에 사실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 사실 관계 확인은 아무리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가 경험한 일이라고 모두 사실은 아닐 수 있다. 혹시라도 내가 오해하거나 잘못 본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자.


3. 해시태그도 두 번, 세 번 확인할 것. 장난 삼아 #사기꾼 #셀기꾼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이를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4. 타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수정하거나 변조하지 말 것. 설령 수정된 내용이 사실이거나 의견에 기반하였다 하더라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수정하거나 변조하는 행위를 한 이상 명예훼손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한편, 명예훼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라면, ISP와 소셜 미디어에 대하여 피해신고를 함과 동시에, 우선적으로 문제된 콘텐츠들에 대한 캡쳐 등 증거확보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빠른 시일내에 변호사 등 전문가와 대응방법을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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