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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력도시 연구소 Aug 18. 2017

라이프 스타일 노마드의 출현

매력도시 매거진 vol.01: 양양 (1)


<서핑 유에스에이 Surfing USA>의 가사를 볼까요.


미국 전체를 파도타기 해볼까.


델마 해변에서 벤투라 컨트리 까지.

산타 크루즈와 트레슬 비치를 들러서,

호주의 나라빈 해변으로.

맨해튼 어디서나.

다들 서핑하러 떠났어.


선생님께는 파도 타러 갔다고 말해줘.

미국 전체를 파도 타러 갈 거거든.



이 노래를 하는 주인공은 여름이 오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는 서퍼입니다.  "여름아 오기만 해라, 미국의 해변이란 해변은 모조리 서핑해버리겠다", 라며 안달한다는 내용이죠. 비치 보이스가 이 노래를 발표한 1960년 대는 미국에서 서핑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노래처럼 많은 젊은이들이 여름을 기다리며 서핑보드에 왁스를 바르고, 방학을 하자마자 멋진 자동차를 몰고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돌아다니며 파도에 올라탔습니다. 모험기 가득하고, 한없이 낙천적인 시절이었죠.


뜨거운 태양 아래, 서프보드에 올라 팔을 저어 먼 바다로 나갑니다. 흔들리는 보드 위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마음에 드는 파도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캐치 더 웨이브 Catch the wave! 석양이 질 때까지 수평선을 향해 저어갔다가 해변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합니다. 달이 뜨면 맥주를 마시며 둘러앉습니다. 오늘의 영웅담이 오가고, 내일의 파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멋진 여름입니다.



비치 보이스는 이 노래에서 서핑으로 유명한 해변의 이름을 쭉 늘어놓습니다. 해거티스와 스와미스,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돈도 비치... 마치 서수남 하청일의 '팔도유람'처럼, '여기를 거쳐, 저기로 갔다가 이곳으로 가볼까요'라는 식입니다. 이 노래를 단순히 '파도가 좋은 미국 해변의 소개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서퍼들이 여름을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이 노래 가사와 비슷합니다. 여러 해변을 돌아다니며 오늘은 이 파도에 내일은 저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서퍼들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것 자체가 이들의 문화라는 겁니다.


<서핑 유에스에이>는 단순히 여러 해변에서 서핑할 거야, 라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세상의 해변을 떠돌아다니는 것이 목적인 서퍼들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죠. 파도를 따라다니는 유목민, 노마드 nomad의 삶입니다.




매력도시 연구소가 주목하는 첫 번째 매력도시는 양양입니다.


지금, 양양의 키워드는 단연 '서핑'입니다. 서퍼들은 양양을 '한국의 서핑 성지 聖地'로 부릅니다. 몇 년 전부터 슬금슬금 파도를 타는 사람들이 동해안에서 보이더니, 이제 해변은 서핑 파라다이스입니다. 서핑 샵들이 동네를 매우고, 카페, 버거와 수제 맥주집이 여름밤이면 들썩들썩 붐빕니다. 3-4년 전만 해도 구멍가게와 이발소가 전부였던 동해안의 작은 마을이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양양에서 시작된 서핑의 파도는 동해안을 따라 퍼져서 이제 한반도의 최북단 고성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동해안의 작은 도시들을 변화시키는 힘, 서핑이 그 힘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왜 양양은 서퍼들이 찾는 매력도시가 되었을까요?


그곳에 파도가 있으니까, 라는 설명만으론 불충분합니다. 우리는 이 자유로운 유목민들이 지금 동해안에 등장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매력도시 연구소는 동해안 7번 국도를 오르내리며 서퍼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한없이 낙천적이면서도 좋은 파도를 '붙잡기 위해' 세상을 떠돌고 싶어 하는 이 사람들의 문화, '서핑 컬처'에 그 힌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파도와 해변을 따라 남애, 인구, 죽도, 하조대에 자리 잡은 서퍼들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서퍼의 마을들이 행정구역 단위로 나누어진 기존 도시의 틀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양양은 이들에게 고속버스가 도착하는 지점일 뿐, 서퍼들은 파도가 좋은 해변에 흩어져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게 흩어져있지만, 서퍼들은 '양양'과 '서핑'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며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혈연의 끈으로 이어진 가족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서핑 컬처와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깊은 유대감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해안을 따라 흩어져 자신들의 작은 부족 마을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해변을 돌아다니며 서로의 서핑 숍을 방문해서 수다를 떨고, 맥주를 마시고, 의기투합해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겨울이 되면 숍의 문을 닫고 훌쩍 발리의 해안으로 파도를 찾아 떠납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부족 마을을 만듭니다.






라이프 스타일로 뭉친 자발적 도시의 탄생



<매력도시 매거진 제1호: 양양>은 '서핑 유에스에이'가 노래하던 비치 호핑 Beach hopping의 삶을 통해 양양을 바라봤습니다. 이들은 정착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기존 도시의 문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좋은 파도가 있다면 어디든 자신의 숍을 열 수 있는 노마드 부족이며, 이런 부족 마을들이 모인 도시가 양양입니다. 라이프 스타일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뭉친 자발적 매력도시가 탄생한 것입니다.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서핑은 잠시의 유행이야", "본격적으로 지역이 개발되면 서퍼들이 버티기 힘들 거야." 우려를 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도시 매력이 계속될 것인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매력의 씨앗을 품었던 도시들이 개발의 과정에서 그 빛을 잃는 경우를 봐왔으니까요. '라이프 스타일 노마드의 도시', 양양은 자신만의 매력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전체를 서핑해버리고 싶은 이들과 만나, 양양의 매력과 지속성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양양의 터줏대감, '바루 써프'에서 출발합니다.   A-city




Reference

<서핑 유에스에이 Surfing USA>, 비치 보이스 Beach Boys  +

서핑 문화 Surf Culture  + 

다큐멘터리 <Surfing Down Under>, Charlie W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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