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눈경영 Oct 08. 2023

사업의 세 번째 조각: 전략 수립 [2/3]

전략 수립 방법 (How)


솔직히 전략 수립방법에 표준이 있는 것은 아니며,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법론(Framework)들이 적용된다. 이슈를 보고 어떤 방법론을 선택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고수들의 몫이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인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전략컨설팅에서 종종 사용하는 되며, 시간 (8~10주 이상) 및 인원 (최소 3-4명)이 제한된 상황에 적합하다. 



당신이 디즈니를 이끌던 Bob Iger였다고 치자. 어느 날 21세기 Fox 등을 보유한 루퍼트 머독이 밥이나 먹자고 초대해서는 Fox를 인수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당연히 그 자리에서 Yes/No를 답하지는 않을 것이고 (디즈니 CEO를 아무나 하나), 깊은 고민을 시작했을 것이다. 

핵심 질문은 "Disney는 Fox를 인수해야 하나?"이며, 답을 찾는 과정을 살펴보겠다
전략 수립의 4 단계


단계 1: 사전 조사

어떠한 주제라도 반드시 Intensive 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아래 4가지는 필수라고 하겠다. 

재무제표: Enron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 상장사라면 홈 페이지에 "Investor Relation (IR)라는 섹션이 있고 Annual Report, 10-K 등을 볼 수 있다. 미국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서는 친절하게 이를 모두 한 곳에 모아 놓았다. 이를 EDGAR(Electronic Data Gathering, Analysis, and Retrieval)라고 한다. 한국에는 금감원의 DART가 있다. 암호테이블처럼 보이는 재무제표를 보고 한눈에 이상한 점을 찾아내는 고수들이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이 기반이며, 회계학을 기본적으로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 특히 백 페이지가 넘는 10-K는 Footnote에 보물 같은 힌트들이 숨겨져 있다. 

Analyst Report: 증권사의 Analyst팀이 발행하는 기업 리포트이다. 5페이지 이내가 주로 나오지만 간혹 수십 페이지짜리 리포트가 발행되며 앞단에 산업 동향을 포함, 주옥같은 내용들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Google을 검색하면 운 좋게 무료 버전을 구할 수도 있다. 

Industry Report: 그 회사가 속한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와 동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Google에서 끈기 있게, 예를 들면 "US Media  industry filetype:pdf"로 10 페이지 이상 검색하다 보면 무료 버전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리포트로 먹고사는 리서치 기업들이 발행하기 때문에 가격이 좀 세다. 그 외 각종 통계를 제공하는 statitica 도 도움이 된다. 

Interviews: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Fox가 왜 우리에게 접근했을까? 내부에 뭔가 문제가 있나?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아는 전현직 직원이 있으면 무조건 만나서 깊이 있게 물어봐야 한다. 없으면? 다행히 방법이 있다. 산업 전문가, 특히 은퇴한 분들이 시간당 $500 ~ $1000 정도 받고 자문을 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가 막힐 정도의 insight를 얻을 수 있다. Gerson Lehrman Group 등이 전문가들을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단계 2: 가설 수립 & 수정


이슈 트리(Issue Tree)를 먼저 구성해야 한다. 주어진 질문/이슈/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한 세부 sub-question으로 쪼개 내려간 결과이다. 이는 맥킨지 최초의 여성 컨설턴트로 알려진 Barbara Minto가 1970년대에 펴낸 The Pyramid Principles라는 책에 정리되어 그 후로 전략수립에 기초가 되는 방법으로 널리 확산되었다. 

Issue Tree 사례 (Source: AdvisorySuccess)


 "Disney는 Fox를 인수해야 하나?"라는 핵심 질문을 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부 질문들에 대한 답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답하기 위해 또 한 단계 더 들어간 질문들에 대한 답이 요구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이슈별 세부 트리를 구성할 때는 "MECE 하게 하라"는 점이다. 즉 서로 겹치는 내용이 없어야 하고 (ME: Mutually Exclusive), 빠짐없이 다루어야 한다 (CE: Collectively Exhaustive)


이렇게 이슈트리가 정리되면 각 부서에서 붙어서 답을 가져오고, 각 답을 보면 Yes/No에 대한 감이 올 것이다. 이렇게 이슈를 쪼개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들을 구조화하는 것과 (즉, 필요한 근거는 더 파고들고, 불필요한 정보는 스킵) 또 하나는 충분한 깊이의 분석을 하기 위함이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Tree를 구성하면 각 잎 (end-node)이 수십 개가 생길 수 있다. 그만큼 포괄적인 고민을 하도록 도와주는 구조이다. 처음에는 어렵다.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Disney의 Bob Iger와 Fox의 Rupert Murdoch가 M&A를 발표하는 순간


이슈트리는 단순히 전략수립의 Tool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당신이 부하직원 둘에게 같은 질문 ("A사를 인수해야 할까요?")을 하고 1주일을 주었을 때, 한 명은 "생각해 봤는데요, 안 하는 게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사람과 위의 10가지를 고민해서 답을 가져오는 사람 중에 누구에게 더 많은 성장기회를 주고 싶겠는가? 이는 Mindset의 이슈이며, 결국 반복에 의해 깊이 들어가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5% 안에 드는 스타와 95%에 속한 평범한 인재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가설 수립은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가설의 질에 따라 전체 결과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왜 가설이 필요할까? 본인이 범죄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탐정이라고 치자. 가설이 없는 경우의 질문은 "범인은 누구인가?"가 된다. 이 질문으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반면에 가설을 수립하는 순간, "돈 문제로 자주 다툰 A가 범인인가?"가 된다. 이때부터 A의 행적을 팔 수 있게 된다. 위에서처럼 구성된 이슈트리의 끝 (나무로 치면 잎) 마다 가설을 수립하면 된다. 


가설을 수립하는데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수립단계에서는 가설의 질(Quality) 만큼 양(Quantity)도 중요하다. 초반에는 가급적 많은 가능성을 살피기 위함이고 나중에 버리면 된다. 흔히 벽면을 가득 post-it으로 채우기도 한다. 

가설은 수정하라고 만든 것이다. 3 단계 가설 검증의 분석 결과에서 가설이 틀렸다고 발견되면 주저 없이 수정해야 한다. 


그러면 가설은 어떻게 수립하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인터뷰이다. 제대로 하려면, 위의 이슈트리를 엑셀의 X축에 나열하고, Y축은 인터뷰 대상들을 펼친 뒤, 각 인터뷰대상이 어떤 이슈에 답할 수 있을지를 체크한다. 모든 이슈마다 최소 2-3명의 인터뷰 대상들이 잡힐 때까지 늘린다. 인터뷰의 힘은, 처음 몇 명에게 상상도 못할만한 insight를 얻게 되는데, 어느 정도 횟수를 넘어서면 거의 유사한 내용들이 반복된다. 이때는 인터뷰를 그만해도 된다. 이러한 인터뷰 캠페인이 완료되면 각 이슈에 대해 충분한 "품질"을 갖춘 가설들이 갖춰지게 된다. 


단계 3: 가설 검증


검증은, Issue Tree에서 정의된 질문들을 하나씩 분석해 나가는 것이다. Disney-Fox 같은 M&A의 경우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는 의무를 Fox가 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조합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점을 몇 가지 꼽자면 다음과 같다

숫자와 Fact에 기반해야: 인터뷰는 가설 수립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설 검증에서 "갸가 그랬는데요"는 위험하다. 위의 Key Question을 보더라도 "현금이 충분한가?" 같은 정량적 질문도 있지만 "경쟁 위험은 극복가능한가?"라는 정성적 질문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데이터와 Fact에 기반한 검증이 필요하다. 

분석결과는 가급적 Visualize 해야: 숫자가 나열된 테이블과 분석된 차트는 상당히 다른 insight를 제공해 준다. 차트를 보면서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서 추가분석도 하게 되고, 기업들이 컨설팅 회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의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 전략수립 방법(How)을 대략 살펴보았다. 전략 수립이 워낙 광범위한 주제라 2회에 걸쳐 다루려고 했으나 아직도 멀어서 3회로 나누기로 했다. 이후 전략 수립의 주체(Who), 전략의 조건 등을 추가하려고 한다. 



#전략 #전략수립 #Strategy #사업 #포트폴리오 

매거진의 이전글 사업의 세 번째 조각: 전략 수립 [1/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