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수립의 주체/시기/조건
전략 수립시기가 다가왔다. 부장이 팀원들 닦달해서 Powerpoint 10장짜리 전략 초안을 만들어 사업부장과 리뷰해서 사업부 전략을 제출한다. CEO staff는 이를 Stapler로 예쁘게 찍어서 (그 회사의 전략은 없고, 사업부 전략의 합이다. 이를 Stapler 전략이라고 부른다). 지주사로 보고한다. 지주사 Staff는 이를 예쁘게 취합해서 자사 전략이라고 잘 보관해 놓는다. 워낙 깊이 숨겨놔서 이후에 아무도 꺼내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간에 돈 있는 부서는 외부 컨설팅을 고용해서 더 예쁜 자료를 만든다. 답답한가? 그럴 필요 없다. You are not alone.
장면 1: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보면 춘추전국시대에 왕들을 찾아가 그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현란한 논리와 어조로 설득시켜 벼슬을 차지하는 유세객(遊說客)들이 많이 나온다. 오늘날 정치인들의 유세(遊說)의 어원이다. 왕들은 이들의 "전략"대로 실행에 옮긴다.
장면 2: 몇 페이지에 이르는 "파악해야 할 것들"을 조사한 결과들이 도착하면 며칠 동안 방에 처박혀서 벽과 침대, 방바닥에 지도와 자료들을 펼쳐놓고 고민하다가 전략이 정리되면 나와서 각 장군들에게 구체적 지시를 내린다. 나폴레옹의 실제 이야기이다.
전략가에게 의존하는 경우와 리더가 직접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극단의 사례 중 어느 것이 맞는가? 정답은 없지만 방향은 있다. 이는 앞에서 다룬 전략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1. 포트폴리오 전략: 주로 지주사 또는 CEO레벨에서 다뤄지며, 크게 A) 우리가 지향하는 사업의 정의(Identity)가 무엇인가? 와 B) 이를 위해 필요한 사업의 포트폴리오는 무엇인가?로 구성된다. B)는 실무진이 분석에 의해 가져올 수 있겠지만 A는 분석으로 나올 수 있는 답은 아니다. 즉, 리더(그룹의 오너 또는 지주사 CEO 등)의 판단이다.
2. 사업전략: CEO 또는 사업리더 레벨에서 다뤄지며, 전략 담당 임원 (VP of Strategy 또는 Chief Strategy Officer) 또는 마케팅에서 주관한다. 대개 전략담당 임원은 전략 컨설팅 출신들을 영입하며, 전략적 사고는 뛰어나나 사업/기술 이해도 측면에서 늘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구체적이지만 현실성 없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에서 맡을 경우 시장 이해도 및 관련 데이터 측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마케팅 전문가에 전략적 사고도 뛰어난 인재는 정말로 찾기 어렵다.
3. 주제별 전략: 공급망전략, 유통 전략 등 Function별 전략인데, 이는 부서에서 주도하되, 필요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한편, 외부 컨설팅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많이 할 것이다. 이는 1) Function별 전문성이 필요할 때, 2)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때, 3) 객관적 목소리가 필요할 때 유용하다.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In-House 컨설팅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는 사업 이해도 및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유리하나, 위에서 언급한 외부 컨설팅의 장점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전략은 수년에 한번, 전사 사업전략은 보통 연 1회 이루어진다. 주제별 전략은 이슈가 불거질 때 수시로 수립한다. 한 가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전략 수립 이후 중요한 두 단계에 소홀히 한다는 점이다.
전략 리뷰의 부재: 기 수립한 3-5년의 중장기 전략은 환경 변화 등을 감안, 주기적으로 리뷰하고 수정해야 한다. 이미 수립한 전략이 있기 때문에 수정하기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하지만 이를 정기적으로 리뷰/수정하는 회사를 아직 못 봤다.
실행 계획 리뷰의 부재: 전략은 실행계획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조직 변화등은 대부분 잘 이행되나 그 외에는 슬로건에 머문다. 실행을 안 챙길 거면 전략 수립은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수립 시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략 리뷰를 통해 방향을 재정비하고 실행을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15년, 폰 시장의 거인들인 Nokia, Motorola, LG가 모두 실패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누군가 "차별적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할 거야"라고 한다면 제정신으로 보이겠는가? 하지만, "1)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은 군소 지방도시들을 거점으로, 2) 한류 스타들을 모델로 초기 고객들을 끌어 모아 실탄을 장착한 뒤 3) 점차 기술/브랜드력을 끌어올려서 중국 대도시로 진출하여 현금흐름을 안정화시킨 뒤, 4) 축적된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화교들이 많은 동남아시장으로 확대한 뒤 5)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하면 달라 보이지 않을까? 스마트 폰 시장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는 Oppo 이야기이다. 전자는 전략이 아니고 후자는 전략이다. 무슨 차이인가? 1) 단계적 전술, 2) 한정된 자원, 3) 실행방안의 세 가지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모든 목표 달성은 여러 단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흔히 저지르는 오류는, 이러한 단계를 건너뛰고 결과적 모습만을 다루는 것이다. 즉 사업의 상태(Status)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쉽게 설명하면, 1) 성공한 회사/사업을 하나 찍고 2) 그 회사/사업이 발전한 과정을 서술한다 3) 그 문서의 날짜만 그 회사/사업의 시작 시점으로 수정한다. 그러면 그 시점에서의 단계적 전술이 보이게 된다. Altavista, Yahoo, Lycos 등 수많은 검색엔진이 군웅할거할 때, Google은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전술을 실행에 옮겼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전략을 모두 갖추었다기보다는 큰 틀에서 지속 전술을 수정해 나갔을 것이다) - "1) 광고를 최소화하고 검색 자체에 집중하고 2) backend system을 탄탄하게 갖춰서 3) 검색 트래픽을 늘린 뒤 4) 검색광고에서 수익모델을 구축한 뒤 5) M&A를 통해 Youtube 등 종합 온라인 광고 회사로 거듭나겠다". "차별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 "선도적 기술력을 확보하겠다", "시장 점유율 1위를 확보하겠다" 등이다. 이는 전략이 아니다.
두 번째 흔히 저지르는 오류는, 자원의 제약을 감안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켓컬리이나 쿠팡은 1) 투자(적자)를 늘려서 인프라와 가입자를 늘리거나 2) 투자를 줄여서 흑자전환을 노릴 것인가에 대한 중장기 vs. 단기 성과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의 요소이며, "흑자를 유지하면서 대폭 성장하겠다"는 이미 전략이 아니다.
전략만큼 실행계획이 중요한 이유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략은 top-down으로 수립되어 내려오지만 실행은 각 부서가 적극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1) 구체적 실행계획, 2) 각 부서의 동의, 3) 리뷰 프로세스가 없으면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
중요 전략을 유세객의 세 치 혀에 의존한 왕들은 결국 민생만 파탄 내다가 뚝심의 부국강병을 추진한 진시황 앞에 무릎을 꿇은 반면, 전략이 머릿속에 명확히 있었던 나폴레옹은 유럽을 평정했었다. 조직의 위로 올라갈수록 리더가 전략의 Ownership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수립뿐 아니라 리뷰 프로세스를 이끌고, 전략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 있는지 까다롭게 점검해야만 전략이 완성된다.
#전략 #전략수립 #Strategy #사업 #포트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