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장으로서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출 중심으로 다루었지만, 그 이전에, 어떤 목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지표로 설정하느냐는 또 다른 복잡한 문제이다. 또한, KPI는 행동양식(Behavior)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사장이 원하는 대로 조직이 움직이게 하려면, KPI 선정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지사장 본인의 지표는 위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지정해 주면 편한 면도 있지만, 상황에 안 맞는 경우도 흔해서, 이럴 때는 상사와 논리를 준비해서 협의하는 것이 권장된다. 문제는, 직원들의 KPI의 설정이다. 이미 기존에 사용하던 KPI가 있기 때문에 이를 리뷰부터 해야 하는데, 아마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가장 유의해야 할 핵심은 다음과 같다.
후행지표 (Lagging Indicator)는 최종 결과물, 선행지표 (Leading Indicator)는 후행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학교의 성적이 후행지표라면, IQ, 공부에 투입한 시간, 집중력 등이 선행지표이다. 지사의 경우 다음과 같은 지표들이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오른쪽부터 시작하면, 6) 총매출은 5) 영업 매출 및 12) 서비스 매출의 합이다. 5) 영업 매출은 3) Funnel 중에 4) Win 한 숫자라서 둘의 곱셈이다. Funnel의 양은, 영업을 통해 발굴한 Funnel과 마케팅을 통해 발굴한 Funnel의 합이다. (B2B 영업의 경우) 고객과의 미팅이 결국 Funnel크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인과관계의 "상류"에 위치한 원인에 가까운 요소들이 Leading Indicator, 하류에 위치한 결과에 가까운 요소들이 Lagging Indicator이다.
그러면, 어떠한 지표를 선택해야 하는가? 이는 평가/보상과 관련되는데, 평가/보상 주기가 길면 후행지표, 평가/보상 주기가 짧으면 선행지표를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연간 인센티브는 후행지표인 매출이, 주간 미팅에서는 (여기서의 평가/보상은 "쪼임"과 "칭찬"이 되겠지만) "고객 몇 명 만났어?"등의 선행지표가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이번 달 매출 같은 후행지표들은, 이미 수개월 전에 축적한 Funnel에서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후행지표를 push 해 봤자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번 달 계약이 예정된 건의 가격할인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 #1: 마케팅은 고객의 관심과 문의 (Lead라고 한다)를 모은 뒤, 단순 호기심인지, 실질적 수요가 있는, 구입 가능한 고객인지를 검증해서 (Lead Qualification) Funnel이 추가한다. 이러한 Lead건수, 금액, Funnel 건수, 금액등을 지표로 관리한다. 여기서 추가된 Funnel은 영업으로 이관되어 전화/방문 등을 통해 Follow-up 한다. 동시에 영업도 자체적으로 고객 방문 등을 통해 Funnel을 추가하고 Follow-up 해서 매출까지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문제는, 마케팅도 훌륭히 지표들을 달성했고 영업도 매출 목표를 달성했는데, 마케팅에서 영업으로 이관한 Funnel 중에 매출로 이어진 숫자를 분석해 보니 터무니없이 낮았던 것이다. 부분 최적화가 이런 것이다. 각자 맡은 일을 충실히 했으나, 전체로 보면 마케팅이 투자한 돈은 다 날린 셈이다.
실제 사례 #2: 대형에서 초소형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있었다. 현장영업(Field Sales)은 고객 방문 횟수에 제한이 있으니 대형-소형 제품을 담당했고, 전화영업(Inside Sales)이 최소형 제품 판매를 맡았다. 논리적으로는 맞으나, 실제로는 현장에서 고객의 예산이나 경쟁에 따라 현장영업이 유연하게 제품 제안을 해야 되고, 소형제품이 안 맞으면 초소형을 제안해야 되는데, 본인의 인센티브에 도움이 안 되니 거기서 walk-away 했던 것이다. 전화영업은 자체적으로 초소형 제품에만 관심 있는 고객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아서 제대로 판매가 안되었다. 결국 초소형 제품 실적이 너무 낮아서 단종시켜 버린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실제 사례 #3: 영업이 1-2년간 서비스 패키지 (예: 1년 보증기간 외에 1-2년 서비스 추가 계약)와 묶어서 판매할 때, 고객 예산 부족, 경쟁, 서비스에 대한 비용지불 거부감 등의 이유로 서비스 패키지를 할인해서 제안하려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입장에서는 서비스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금만 할인하면 Win 할 수 있는 건인데 서비스가 거부해서 소탐대실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서비스팀이 서비스 매출에 집중하느라 품질문제가 터진 고객을 후순위로 두는 경우도 있다. 영업과 서비스 모두 각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전체는 최적화가 안 되는 경우이다.
어떻게 했어야 했는가? 쉽다. #1에서는, 마케팅이 낮은 quality의 Funnel을 영업에게 밀어낸 경우이기 때문에, 마케팅에게 "영업으로 이관된 Funnel의 win rate" 또는 "마케팅을 통한 매출"등 부서 간 ball dropping을 방지할 수 있는 지표를 부여하면 된다. #2는, 초소형 제품에 한해서 현장영업과 전화영업의 실적을 double counting 하면 된다.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인센티브 비용이 대폭 증가하지도 않는다. #3은, 서비스팀에게 전체 매출을 KPI로 높게 부여해서 총합이 극대화되도록 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상호 충돌하는 지표들이 제법 많다.
매출 vs. 이익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가격 프로모션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는 이익률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매출 vs. 운전자본: 고객들 중 빠른 납기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정 재고를 가져가야 되는데, 이는 운전자본의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지불 조건이 까다로운 고객들에게 판매하려면 매출채권이 늘어나게 된다 (돈의 회수가 늦어지므로). 영업과 재무팀 간 충돌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물류비용 vs. 재고비용: 재고를 최소화하려면 항공운송을 해야 하나,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물류비용을 아끼려면 재고를 늘려야 하고 재고비용이 증가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회사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매출 vs. 이익률은 매출을 우선해야 한다. 영업팀이 과하게 할인에 의존하는 것 같으면 이익률이 아닌 작년 대비 평균가격 (ASP, Average Sales Price)을 평가할 것을 권한다. 물론, 측정시스템이 없으면 매우 어렵지만, 통제불가능한 도입비용에 영향을 받는 이익률보다는 낫다. 매출 vs. 운전자본도 매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매출 줄어서 해고되는 경우는 봤어도 운전자본이 늘었다고 해고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류 vs. 재고는 아무래도 물류비용을 늘리는 편이 선호된다. 물류는 비용을 털고 끝이지만 재고는 악성재고가 되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영업매니저가 "가격이나 이익률이나 그게 그거 아닙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물론 공손하게. 답은, "가격이 이익률보다 더 뛰어난 지표"이다. 왜냐하면, 이익률은 본사에서 책정하는 지사로의 판매가 (지사 입장에서 원가)라는 또 한 가지 변수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가격방어를 잘해도 원가가 올라가면 이익률이 떨어진다. 반대로 가격을 후려쳐도 원가가 내려가면 이익률도 올라간다. 따라서 이익률과 가격 중에 선택하라면 가격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잠시 가격을 발라내는 방법을 다뤄보겠다. 의외로 제대로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아래 그림처럼, 작년에 제품 A가 개당 평균 $10에 100개가 팔렸다고 하자, 매출은 $1,000이다. 올해는 $11에 120대가 팔렸고, 매출은 $1,320이다. 자, $320이 증가했는데, 얼마가 가격인상, 얼마가 물량증가에 의한 효과인가? 두 번째 그림 위쪽에, [가격 증가 x 올해 판매량]이 가격인상효과인 Price Realization이다. 참고로, [작년 가격 x 물량 증가]는 Volume 증가로 인한 효과이다. 이렇게 가격인상과 Volume 인상 효과를 더하고, 여기에 신제품 매출을 더하면 올해 매출과 같은 값이 나온다 (안 나오면 재무팀이 밤샌다) 물론, 맨 우측 상단의 $1 x 20의 박스는 Price냐 Volume이냐로 debate가 가능하나, 편의상 Price로 구분한다.
역시 실제 사례이다. 영업사원 A는, 계약을 따내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위의 그림에서 4) Win rate %가 매우 높았지만, 동시에 꾸준히 고객을 만나서 Funnel을 늘리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평소에 일을 안 하다가 딜이 뜨면 달려들어 가져오는, 게으른데 똑똑하고 한방이 있는 스타일이었다. 반면 성실한 영업사원 B는 늘 부지런히 고객을 만나서 3) Funnel $를 꾸준히 늘렸지만, 정작 계약은 경쟁사에게 쉽게 빼앗겼고 4) Win Rate %가 낮았다.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부족했던 것이다. 만약 A가 평소에도 고객관계를 부지런히 구축하기를 원한다면, 1) # of Meetings나 2) Funnel $ from Sales를 지표에 추가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B에게 적극적인 Winning mindset을 심어주고 싶으면, 4) Win Rate % 와 5) Revenue from Sales $를 관리하면 된다.
여기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내용이 있다. 바로 "간접부서의 KPI는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이다. HR, 재무, Supply Chain은 각 Head가 KPI를 뿌려주기 때문에 상관없으나, Order Management 등의 부서는 지사장에게 보고하기 때문에 지사장에게 문의할 것이다. 권장하는 지표는 전체 매출 (빠른 매출 처리가 전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므로), 월 주문처리 완료율 (당월 발생한 매출을 당월에 확실히 완료하는 것도 매우 중요) 등도 가능하겠다. 다만, Order Management 팀은, 데모 장비 발송 등, Admin은 사무용품 주문 등 아주 손이 많이 가지만 티 안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정량적 지표 외에 팀워크 등 정성적 지표를 충분히 추가해서 이러한 노력이 인정받도록 신경 써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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