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라고, 그 시작과 끝이 바로 채용과 해고이다. 요즘 같은 down cycle에서는 해고가, 좋을 때는 채용이 지사장들의 고민이 된다. 채용 관련 일반적 팁은 다른 글의 후반에 자세히 기술해 놓았고, 여기서는 외국계 지사로서의 중요한 점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대형 써치펌 보다는 업계 전문 업체를 우선 고려하라. S/W나 유통 등 산업 종사자가 충분한 경우가 아니라면 써치펌 보다는 산업 특화된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고위 임원이나 외국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때로는 오만하고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다. 몇 번 의뢰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과감히 바꿀 것을 권한다. 부동산처럼 후보들을 공유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전제는, 써치펌의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인사담당자를 두는 것이다.
면접관은 상관 및 해외 협업 부서들에 국한시켜라. 사람 심리가 묘해서, 채용 인터뷰 때 자연스럽게 형성된 갑을 관계는 입사 후에도 지속된다. 예를 들어 마케팅 팀장 면접에 영업팀장이 들어오면, 눈에 안 보이는 상하관계가 형성되어 마케팅이 영업에 끌려다니게 된다. 따라서, Peer들은 제외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미래 부하가 면접관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물론 "Right Person을 뽑으려면 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반박할지도 모르나, 누구나 이해관계라는 것이 있어서 "Right person"대신 "내 말 잘 들을 것 같은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Day-1의 첫인상은 두고두고 오래간다. 철저히 준비하라. 출근했는데, 깨끗이 정리된 책상 위에 명함과 컴퓨터, 이메일이 모두 갖춰져 있는 경우와 입사 후 1주일 동안 PC나 메일 없이 지내야 하는 경우는 정말 큰 차이이다. HR이 이를 철저히 준비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대기업이면 입사자 입장에서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이직이 잦고 소문이 빠른 외국계 사이에서는 향후 인재확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요소이다.
충분한 적응 기간을 제공하라. 대부분 급해서 뽑았겠지만 2주에서 많게는 2달까지 적응기간을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외국에 같이 일할 동료들과 알고 지내면서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외국 기업이 오히려 한국기업 보다도 친한 사람에게 잘해주는 경향이 크기에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지사장으로서 해야 하는 가장 마음 아픈 일이다. 괴로움에 한참을 술로 지새우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 문화에 독이 되는 인원, 특히 리더급을 솎아내면 구성원들이 환호하고 만족도가 수직상승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또한, 저 성과자들을 Exit 시키면 고 성과자들은 비로소 힘을 내는 모습도 당연한 결과이다 ("내가 저 사람과 같은 연봉을 받아?"라는 생각만큼 힘 빠지게 만드는 것도 드물다)
법무팀을 조기에 참여시키고 철저히 준비하라 한국법 상 해고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라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찾아야 한다. 특히 회사마다 저성과자들 대상으로 하는 PIP (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가 갖춰져 있는데, 저 성과자들에게는 미리 돌려서 기록을 확보해 놓는 것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가면 회사가 불리하지만은 않다.
PIP (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란, 개인에게 해당 직종의 주요 지표 및 목표를 부여하고- 예를 들면 영업이면 월별 고객 미팅 횟수, 생성 기회 금액, 주문 금액 등 - 매주 혹은 매달 달성 여부를 기록하는 절차이다. PIP를 통해 기적적으로 turnaround 해서 고 성과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미달한다. 고 성과자라면 애초에 PIP를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핍"이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에게는 진심으로 대하라. 가장 좋은 방법은 상호합의인데, 적정한 위로금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공통분모를 찾게 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실업수당을 받는 조건도 회사에서 배려해 줄 수 있다. 물론, 버티거나 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이 또한 좁은 시장 내에서의 reputation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길은 lose-lose라는 점을 잘 설득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상장사는 분기별로 주당 순이익 (EPS, Earning per share)를 발표하고, 이는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CEO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숫자이다.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비용을 줄여야만 EPS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비용항목 중에 조정이 쉬운 순서가 엔터테인먼트 - 마케팅 - 외주서비스 - 인건비이다. 이에 따라 특히 외국계는 비 자발적 대량감원이 많다.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준비와 대응이 요구된다.
객관적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선정하라. 얼마 전 구글이 해고대상 선정에 AI를 사용했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도 있는데, 이는 너무 간 경우이고, 기준을 정하는 것이 나중에 당사자 포함, 설명하기에도 용이하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기준은 1) 성과평가, 2) 연봉이다. 따라서, 직원 입장에서 평소에 성과 유지가 중요하다. 연봉을 기준으로 삼을 때 흔히 범하는 실수는, 대체 비용을 고려 안 하는 경우 (직원을 감원하고 외주로 돌릴 때 비용이 증가)와 당장 은퇴를 앞둔 대상을 지정하는 경우 (해고하지 않아도 자연감소)이다.
구성원들의 업무와 평판은 평소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대량 감원은 선정까지는 극비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사장이 부하직원들과 상의가 금지되거나 제한된다. 갑자기 명단 제출을 요구받으면 난감해진다. 따라서 평소에 업무와 개개인의 역량/평판을 최대한 파악하고 있으면, 대량 감원 이후에 업무 파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조직 문화, 변화관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선, 발표 또는 완료 이후에 직원들에게 솔직하고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왜 했고,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를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성과는 나쁘지 않은데 변화를 거부하거나 팀웍이 안 좋거나 조직 문화를 저해하는 인원은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Plus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대상에 따라 구성원들이 환영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에는 Glass Door, 한국에는 Blind, Job Planet 등에 회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채용과 해고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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