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알고 있을까? 내가 얼마나 힘든지...

다른 시선 그리고 동행.

by 아무개




묵직한 몸을 이동시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거머리까지 우리의 힘과 정신을 소모하게 했다. 점심으로 야채커리와 달밧을 먹고 잠시 쉬었다. 그제야 시선을 수평으로 들어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굳어있던 몸이 풀려가고 속도와 리듬감이 살아났다. 너야풀에는 3시에 도착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체크포인트 두 곳을 통과했다. 이제 택시를 타는 곳까지 가면 된다.





갑자기, 정말 갑자기였다. 강한 향기가 들어왔다. 향기는 칼날처럼 정신을 쪼개 버렸다. 코는 알아차렸고 정신은 푸드득 날갯짓을 하듯 깨어났다. 하지만 날아오르지는 못했다. 내 이름 만큼 익숙한 향기였지만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을 마구 뒤적이며 그 향기의 이름을 찾았다. 그러나 정신은 퍼득거리기만 했다. 다섯 걸음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뇌는 강력한 각성과 혼란이 동시에 폭발했다.


'매연'이었다. 내연 기관의 불완전 연소를 배기통이 쿨럭거리며 기침으로 뱉어 낸 자동차의 비말. 그것이 젖은 대기를 타고 멀리까지 날아온 것이었다. 가장 어둡고 독한 성분은 길옆 관목들과 개울을 넘지 못하고 가라 앉았다. 녹색의 대기에 부드럽게 희석된 연하고 푸른 화합물들은 계곡을 서성이다 때를 놓쳐,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의 구두가 발냄새와 함께 사라진 것처럼 형체를 감춘 뒤, 무색의 향기로 숨어 있다가 나를 덮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이토록 어지럽게 향기로웠나?


매연의 향기에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매료되었다. 나는 왜 그 순간 아찔함을 느끼고 말았을까. 불쾌 하기는커녕 분명 성숙한 여자의 목덜미에서 풍겨져 나올 법한 관능적인 향기였다. 그렇다고 내 뱃속에 봉준호 보다 더 큰 기생충이 있을 리도 없다. (배기가스의 냄새를 좋아하면 기생충이 있다는 속설이 있었다.) 겨우 일주일을 내연기관과 결별하고 지냈다. 그 사이에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죽을 만큼 싫은 것도 갑자기 사라지면 사랑하게 될까. 그렇다면 며칠 만에 코의 점막은 지조를 상실하고 냄새를 향기로 변화시켰다는 말이 된다. 배신이다. 혹시 내게 유독 이상하게 작동하는 민감한 후각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뇌에 메이플 시럽이 뿌려진 옥수수 콘이 박혀 있거나, 기생충이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그건 분명 이상한 경험이었다. 나는 꽤나 많은 시간을 궁금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원인을 알고 싶었다. 내가 너무도 이상했으니까. 나는 습관처럼 이 경험에 대한 그럴 듯 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가설이 주장되었고 그중 괜찮은 이론 하나를 선택했다. 지금은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유명 과학 잡지에는 기고하지 않았다. 못한다. 분석은 다음과 같다.


나는 평소 '자연인'을 꿈꾸고 열망하는 꼰대다. 자연을 동경하고 물질 만능과 기계문명, 표준화 같은 것들을 능멸하는 것이 가장 잘하는 분야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누구보다 물질과 기술 문명을 욕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욕망을 이룰 능력이 없음을 알게 되었고, 욕망이 좌절되자 절망과 분노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복수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들과 가장 반대되는 삶인 자연 속에서의 삶을 지향하기로 마음먹고 지금까지 자신이 혐오하던 것들을 사랑하기로 해버린 것이었다. 과감하고 증오에 찬 클릭이었다. 욕망의 정체를 바꾸어 버린 소심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보복을 스스로에게 한 것이다.


그렇게 물질과 기술문명 안에서, 그것들을 바라보며 복수의 심정을 잊지 않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복수의 대상과 격리되어 버린 것이다. 문명의 향기인 불완전 연소 배출 화합물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매복해 있다가 복수의 영혼이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 망치로 덮어쓰기 정신을 부수어 버린 것이다. 결국 나는 물질과 기술문명을 욕망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멸하며 살아왔음에도 말이다. 박수.


이것이 그 이상한 경험의 비판적 분석의 결론이다. 나는 스스로 이 논리가 무척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며 항변하고 싶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똥 싼 놈이 화낸다는 말이 있다. 의외의 격렬한 저항과 항변은 자신의 실수나 가장 큰 약점을 감추려는 행동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항변이 다시 반대하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항변하지 않는다. 대신 절대 인정도 하지 않는다. -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오리 세 마리가 엄마 뒤를 따른다. 미운 오리는 없었다. 발견하면 '너는 백조야!'하고 말하려 했는데,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는 다른 대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 만약 백조를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을 오리로 살았을까. 정체성은 숙명적으로 다른 대상과의 관계 안에서 비교와 대조를 통해 만들어진다. 혼자라면 무슨 정체성이 필요할까. 그냥 혼자인데. 아기들은 엄마의 보폭을 일곱 개로 쪼개며 토독토독 몸을 띄워가며 급하게 쫓아가고 있었다. 가벼운 바람이 솜털을 쓸어주면 그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외쳤다. 모든 어린것에 축복을!





고쿨이 택시를 1500루피에 흥정을 하고 상점에서 사이다 한 병을 가지고 나온다. 그리고 나와 어울림에게 차례로 권한다. 처음에는 사양을 했지만 상대방의 손을 부끄럽게 하면 안 된다. 받아 주는 것이 도리에 맞다. 내가 먼저 사줬어야 했다. 미안함이 표정을 소심하게 만들었다.


숙소에 도착. 저녁은 삼겹살로 정했다. 어울림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 지 물었다. 삼겹살을 먹자고 했다. 나는 의외의 대답을 듣고 기뻤다. 어울림이 나를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몇 번 이야기를 했는데 삼겹살은 질겨서 싫다고 했었다. 아무튼 나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피곤함도 사라진다. 삼겹살 삼인분. 소주 한 병. 다른 여행자들과 럼주 두 병. 네팔 전통주 럭시도 추가. 취하고... 타짜 만화책 들고 입실. 책은 읽지 않고 덮고 취침. 술에 취하면 하지 못 할 것들을 하겠다고 한다. 주사다.







늦은 생각.

어울림과 함께 하기를 원했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이었다. 그것을 이루었다. 때로는 내가 어울림에게 의지하고 그에게서 격려를 받기도 했다. 지나온 모든 것들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영원하기를. 어울림. 그 덜 익은 목소리를 가진 초록의 인간이 아빠라는 친숙한 짐승과 함께 있어주었다. 고맙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어울림은 알고 있을까? 자기가 얼마나 멋진 여행을 하고 있는지... 흐뭇하게 기억을 더듬으며 미소를 짓는데 어울림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아빠는 알고 있어? 내가 얼마나 힘든지...'







발미틀봐.

발 미튼 늘 그러치. 위험천만이야. 욕망은 저 노피 이써. 위험은 미테 있는데. 제기랄! 무얼 바란 거지?

아피나 위만 보지 마. 미틀 봐. 그래. 그거야. 그럼 아프로 가게 되자나. 멀리 보지 마. 미테만 봐. 지금 서있는 고시니까. 미아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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