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긍정적이지 않다.

by 아무개





새벽 두 시. 뉴델리가 분명하다고 믿고 싶은 어느 후미진 골목의 구석. 주변에 쓰레기가 수북한 공터에 버스가 정차한다. 왜 굳이 쓰레기장인지 나는 모른다. 지정된 정류장은 아니어도 왜... 대규모 인신매매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니, 그래야 더 당연스러운 장소와 시간이었다. 이런 생각이 사라지기도 전 일당의 험악한 인간들이 -그들은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눈이 번쩍였다.- 몰려와 버스 주위를 감싸고 몇몇은 버스 위로 올라와 나마스떼가 아닌 지랄마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흥분된 어조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승객들 대부분 두려움에 떨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는 알 수 없는 힌디어로 애원하며 눈물을 흘리거나 가족들의 사진을 품 속에서 꺼내어 보여주며 절규를 하지 않고, 잠을 잔다. 그들은 오토릭샤들로 이후로도 약 219초 동안을 버스 안에서 열을 올려가며 영업을 하다가 돌아갔다. 몇 명의 승객들은 납치를 당하고 말았다. 시간은 지루하게 흘러갔다. 시간이 4시를 넘기자 사람들이 움직이며 하나 둘 버스 밖으로 사라졌다. 5시가 넘어서자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다.





함께 온 여학생은 버스 밖에서 오토릭샤와 가격 흥정을 한다. 조금만 걸어가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며, 요금이 적당하지 않으면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음을 오토릭샤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걸어 다닌 여행의 황제라 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시골의 상인 한 명을 당해내지는 못한다. 그들은 여행자의 주머니에서 가족들의 수명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오토릭샤는 200루피를 부른다. 나는 이 쓰레기장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요금을 낼 테니 함께 가자고 했다. 여학생은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작지만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사람은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경험을 계획하고 떠나는 빈곤한 여행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작은 배려나 호의는 그 시간을 아름답게 한다. 사람에게는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도움과 친절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친절과 배려를 배경으로 한 도움은 교만에 빠지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과 자신의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지금-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지만은 않는다. 물론 과거에 세상은 살만 하며 아름다운 것이라 믿었었다. 한때는 야만이 시들고 낭만의 꽃이 피었던 짧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아니다. 세상은 사람들로 인해 험악해졌다. 다만 이 험악한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살아갈 나름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세상은 갈수록 긍정적이지 않게 변해간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방을 맡기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몇 차례 오갔지만 건물의 입구들은 셔터가 모두 내려가 있었다. 출근 시간인 9시가 지나야 영업을 시작한다. 여학생의 친구가 묵고 있다는 숙소를 찾았다. 친구는 나가고 없었다. 학생은 황당해하며 전화를 계속해보지만 전원이 꺼져있다고 한다. 자신과 약속을 해놓고 연락이 끊어진 친구를 원망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외박을 했나 보다. 그런데 여행 중에도 자기 숙소를 두고 다른 곳에서 잠을 자면 외박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갑자기 외박의 기준에 대한 묵은 궁금함이 살아났다. 외박은 여행 중에도 성립이 될까. 나는 우선 짐을 우리 방에 두고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어울림과 샤워를 마쳤다. 잠시 후 학생은 옆에 방을 구했다며 맡긴 짐을 가져갔다. 아마 학생은 친구와 절교를 했을 것이다.





오전 시장에 나가 망고를 샀다. 망고를 보자 내가 서른을 갓 넘긴 때 보았던 인디언 청년의 망고 먹는 방법이 생각났다. 그는 망고를 손으로 한참을 주무른 다음 물컹해진 망고의 한쪽 끝을 이빨로 물어 작은 구멍을 내고 두 손으로 짜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쪼그라든 망고를 기차역 담장 너머로 무심히 던져 버렸다. 어울림에게 잘난 척하고 싶어 졌다. 매일 아침마다 그렇게 해왔다는 듯이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척하며 망고를 주물떡거렸다. 어울림에게 망고를 빨아먹어 보게 했다. 호감을 보이지 않던 어울림은 한 번 맛을 보더니 꽤나 좋아한다. 망고는 1kg에 4~50루피 정도다. 크기와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괜찮은 품질의 망고는 50루피정도 한다. 내가 산 망고는 한 개에 300원 꼴이다. 정말 저렴하지 않은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울림 닥치는 대로 먹어보자. 망고. 망해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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