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개 Sep 30. 2022

누나에 대한 짧은 기억 2

나는 누나에게 물었다. "나 잘생겼어?" 누나가 대답했다."응" 내가 확인을 위해 다시 물었다. "진짜?" 누나가 다시 말했다. "응" 아랫방에서 누나와 둘이 있을 때였었다. 아마 중학교 때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누나의 첫 번째 가출 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


또 다른 기억들.


누나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누나를 찾으려 동네를 돌아다녔다. 어찌해서 누나가 있다는 집을 알아냈다. 누나를 불렀다. 방문이 열렸고 누나는 이불을 덮고 있었다. 한참 나이가 많은 남자와 함께였다. 성질이 났다. 집안의 분위기를 더욱 과장해 말하며 빨리 가자고 했다. 누나가 처음으로 실망스러웠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내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 누나가 학교로 찾아왔다. 동급생들이 호기심에 우르르 내 뒤를 따랐다.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 한 명과 함께였다. 누나의 얼굴은 붉고 푸른 여드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 얼굴이 왜 그래?" 멍이 든 내 눈두덩이를 보고 누나가 물었다. 나는 누나의 얼굴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누가 그랬어?" 누나가 다시 물었다. "내가 그랬다"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릴 때 누군가 등 뒤에서 말했다. 돌아보니 '턱주가리'였다. 그 자식은 키가 작고 머리통이 어깨너비와 비슷한 데다가 턱이 귀 보다 옆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게다가 목까지 심하게 짧고 굵어서 진화 생물학자들이 자료로 사용해도 될 놈이었다. 다른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전학을 왔는데 나 보다 한 살 많았다. 누나는 그 자식을 노려 보았다. "아냐" 나는 다급하게 말하며 그 자식을 등지고 누나의 시선을 가렸다. 상처는 전 날 옆자리의 친구와 맞짱을 뜨다가 생긴 상처였다. "내가 그랬다니까. 어쩔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리자 누나는 나를 비껴 그 자식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저 쌍눔에 새끼가!" 예상치 않은 누나의 한마디에 잠깐의 정적이 생겼다. "뒈져 보고 싶으냐 씨발새꺄!"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이는 녀석의 얼굴은 분명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멋쩍게 머뭇거리던 턱주가리는 누나의 눈을 피하며 별 볼일 없다는 듯이 침을 찍 뱉고는 돌아섰다. 덜걱 덜걱 소리를 내며 바닥을 끄는 구겨진 실내화와 뒤꿈치가 보였다. 나는 누나가 간 뒤에 턱주가리의 괴롭힘이 있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교실에 들어섰을 때 그 자식은 나를 못 본체 했다. 

 

---------


..

한 번은 누나가 집 앞에서 무슨 일인지 새엄마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누나는 그때도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눈물을 참으며 몸을 부들거렸다. 다른 곳을 향한 눈에서는 분노가 타올랐다. 잠시 후 누나는 발작을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누나가 손이 펴지지 않는다며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사태에 새엄마와 어른들은 누나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 가며 손가락을 펴주었다.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파여있었다. 어른들은 누나의 성질이 지랄 맞아 그런 거라고 했다.


..

새엄마와의 갈등은 계속되었고, 그 절정은 누나가 처음 가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새엄마는 누나에게 자잘한 타박과 잔소리를 해댔다. 듣고 있던 누나가 갑자기 새엄마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씨발년' '개 같은 년'하며 소리를 질렀다. 둘은 서로 머리 끄덩이를 잡고 싸웠다. 그리고 새엄마의 이마에 깊은 손톱자국을 남겼다. 짙은 음영처럼 남은 그 손톱자국은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누나는 다시 집을 나갔다.











작가의 이전글 누나에 대한 짧은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