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너를 잊었다고 생각할까 봐. 아니면 가끔씩만 그리워한다고...
그래서 일부러 너에게 내 일상을, 궁금해하지 않을 생활을 말해주려고 해.
요즘은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어. 알고 있지? 질투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이름은 '시리우스'야 그냥 시루라고 부르고 있어. 너를 대신하는 건 아냐.
그럴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너도 잘 알잖아. 아무튼 시루가 온 이후로 내 생활의
중심이 기울어졌어. 하루에 두세 번은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돼.
비가 오거나 많이 추운 날에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조금씩 습관이
되어가고 있어.
너는 좀 어때?
나는 눈물이 자주 나와.
갱년기가 한몫하는 거지. 자기 연민에 빠지는 건 술 때문일까.
너를 생각하면 항상 그래. 앞으로 좋아지겠지.
그동안 사소하지만 즐거웠던 시간을 기억해 보려고 애썼어.
아무 기억도 나질 않았어. 마지막 날, 그날만 온통 모든 시간을 채우고 있어.
사진과 동영상을 봐도 그냥 그랬나 싶고, 감정이나 느낌은 그날에 묶여 있어.
처음엔 기억력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전부터 잠깐씩 뭔가 나타났다 사라져.
유리창에 다른 풍경들이 겹쳐 보이는 것처럼 그날의 배경에 또 다른 날의 네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해.
그럼 다시 눈물이 나와. 그래도 그럴 때마다 묶여있는 줄이 아주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는다는 걸 느껴.
계속 좋아지겠지. 굳이 노력하지는 않을 거야. 그런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너도 원하는 거잖아. 그렇지?
이제 시루 산책 나갈 시간이야.
잘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