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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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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Mar 28. 2020

첫 번째 그림.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필요로 해.



그림 1호


 

"왜 모자가 두렵냐는 거지?" *



그림 1호에 대한 어른들의 대답이다.


나도 어른이다. 


늘 설명을 필요로 하는 어른. 



더러는 사려 깊은 어른도 있다.

'음. 어디 보자. 잠깐만 기다려 줄래?' 하며 모자의 어디가 무섭다고 해야 아이가 만족해하거나, 상처 받지 않을지 고민하는 어른. 모자의 색깔과 모양과 바느질 상태를 살피며 자신의 중요한 비즈니스 시간을 나눌 줄 아는, 친절하고 자상한 키다리 아저씨들. 


고맙지만 친구가 될 수 없고.


성실하지만 지혜롭다고 할 수 없는.


어른.





과학을 신뢰하고 과학적 사고를 최신 버전으로 탑재한 어른.

그래서 '논리' '객관' 같은 단어를 하루에 503번 이상 사용하는 어른. 

심지어 716번 까지 사용한 적도 있었다.



어린 왕자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싶어 안달이 난 어른.

둘시네아 공주를 믿는 돈키호테처럼. 

밤마다 어린 왕자의 별을 찾다가 승모근에 담이 걸리는 멍청이. 


눈물 나게 불쌍한 '나'라는 어른. 




어린 왕자가 묻는다.


'어른들은 왜 모두들 슬퍼 보이지?' 


나는 대답한다.


'지쳐 보이는 걸 꺼야' 

변명.


알 수 없는 눈물. 



나는 지쳐있다.


아니. 

나는 미쳐있다. 


나는 언제나 그림 2호가 필요하다.


그림 2호

  





* 번역 출처 : (주)새움출판사 / 옮긴이 이정서 / ISBN 979-11-95632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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