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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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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Mar 30. 2020

다하지 못한 헌사.

표현할 수 없는 친절함으로 지금도 소년인 두 사람에게.




첫 번째 그림에 대한 이야기.

그 주책맞은 이야기를 하고도 나는 다시 헌사를 읽는다.

더 나아가지 못하고.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어서.


책장을 열면 가장 먼저 읽게 되는 헌사.

그래서 어린 왕자에게 말을 걸기 전에 첫인사를 하고 싶었던,

헌사에 대한 헌사. 


그런데,

길을 잃었다.


그래서 다시 읽는다.


그의 헌사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그토록,

그랬는데.


나는 어디서 맴돌고 있는 걸까.


그가 한 친구를 위해,

모든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말하는 이유가.


세상에서 내가 가진 최고의 친구이자,

모든 것을, 심지어 아이들을 위한 책도 이해하고,

추위와 굶주림으로 위로가 필요한 친구로서.


그것도 충분하지 않다면, 

한때는 아이였던 이 어른에게 바치는.


'한때는 아이였던'...


나는 어디서 헤매고 있는 걸까.


한때라는 그 시간을 불러들인,

충분한 이유.  


다가오는 시간이 아닌,

한때는 아이였던 그의 친구에게. 


다시 읽어도,

가슴만 일렁인다.

언제나.

똑같다.


가끔은 주체하기 어렵게.


나는 그것을 말하고 싶은 거다.

가슴의 일렁임.


일주일.

할 수 없이 그림 1호 이야기를 먼저 하고,


썼다, 지운다. 

반복.

.

.

.

'가슴의 일렁임'


결국, 어린 왕자를 찾았다.

그리고 말했다.


헌사를 읽을 때 가슴이 일렁인다고. 

하지만 표현을 할 수가 없다고.


어린 왕자가 깔깔 웃으며 말한다.

"말했잖아. 가슴이 일렁인다고."

그리고 하늘을 보며 말한다.

"가슴이 일렁인다는 건 참 좋은 표현 같아."

.

.

.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사족.


언젠가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에게 잠을 자기 전 볼을 부비며 말했다. 

"사랑해"

아이도 사랑한다며 답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런데 사랑이 뭔지 알아?"


"음... 표현할 수 없는 친절함."


잊지 않기 위해 그날의 일기에 적었다.


지금까지 나에게는 그 말이 사랑에 대한 가장 '친절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친절함'을 가득 담아 

내 마음을 보낸다.


내게는 지금도 '아이'로 남아 있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와 그의 친구 레옹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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